주파수 700MHz 분배를 놓고 이동통신업계와 TV방송업계가 다시 한 번 맞붙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아래 미래부)가 31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을 700MHz 주파수 대역에서 LTE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자, 나머지 주파수 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래부는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재난망 기술방식을 재난망용 LTE(PS-LTE)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재난망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과 소요량을 검토한 결과, 현재 가용한 주파수 대역 중 가장 낮은 700MHz대역이 적합하며, 총 20MHz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난망은 재난 발생 시 관계기관의 종사자들이 신속하고 유기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용 통신망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미래부, 안행부, 기재부는 지난 5월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을 발표했고, 재난망 기술방식 선정이 조기 추진됐다. 다만 미래부는 “700MHz 대역의 경우 공공·통신·방송 분야에서 수요를 제기하고 있어 각 분야와 의견 조정이 필요하므로, 상세한 주파수 공급 방안은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통사 “기존 정책 유지해야” vs 지상파 “전면 재검토 필요”

재난망 선정 과정에 속도가 붙자, 700MHz의 나머지 대역을 놓고 다투고 있는 이동통신사들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기존 정책이 일부 수정됐으니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동통신사들은 기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래부는 2013년 12월 700MHz 대역의 40MHz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하고, 잔여 대역은 추후에 이용계획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발표한 바 있다. 일단 이동통신사들의 손을 들어줬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애초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의 700MHz 주파수 활용에는 방송과 통신 활용밖에 없었다며 재난망 구축이라는 큰 변화가 생겼으니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40MHz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한다는 정책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협회는 “재난망 도입과 함께 700MHz 주파수를 방송에도 할당해 700MHz 대역을 국가 안전과 시청자 복지를 위한 공공대역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최근 미국 허리케인과 일본 지진 등으로 도로와 통신망이 끊기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의 국민들이 방송을 통해 재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해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으로 구성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최 방통위원장의 발언에 펄쩍 뛰었다. KTOA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700MHz 대역 주파수 용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이 제기된 데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의 유감입장을 전한다”고 밝혔다.

KTOA는 “기존에 일관되게 이어져온 정책을 번복함에 따른 시장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동통신 용도로 40MHz폭을 우선 배분한다는 기존의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미래에 모바일 트래픽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며 700MHz 대역의 이동통신 할당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통신용으로 이미 확정된 40MHz폭에 더해 잔여대역에서도 추가 공급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서울의 인구밀도 당 주파수량은 해외 주요 도시의 1/2 ~ 1/5 정도로(0.042MHz) 낮은 수준이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많은 추가 주파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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