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대강에서 주로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대량 번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후 4대강의 ‘호소화’(湖沼化·물이 흐르지 않게 됨)가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나 나왔다.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은 28일 오후 환경재단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3년 차로 접어든 시점을 맞아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4대강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4대강의 호소화된 4대강의 토양 환경 변화와 수질, 녹조의 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박사는 올해 들어 큰빗이끼벌레가 대량 번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올해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개체가 급증했는데 녹조를 먹이로 하는 큰빗이끼벌레가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현재의 녹조는 인산의 증가에 따른 부영양화도 아니고 정부의 주장대로 폭염의 문제로 보기도 어렵다”며 “4대강 보 완공 이후 하천 바닥 저질토가 모래에서 점도와 밀도가 높은 실트질(미사질양토)로 바뀌었는데, 저질토가 녹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자체적으로 하천 바닥에 쌓아두고 있어 햇빛이 내리쬐면 녹조는 언제든 다시 창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녹조 생성원을 하천 저질토가 갖고 있다는 것은 외부 오염물질 없어도 녹조가 급속히 창궐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4대강 보 건설로 유속이 느려져 ‘호소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녹조를 먹이로 하는 큰빗이끼벌레도 계속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 금강 세종보 인근에서 큰빗이끼벌레를 들고있는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사진=녹색연합 제공
 
이 박사는 “큰빗이끼벌레는 녹조로 먹이가 많아지고 유속이 느려져 호소화 조건에서 잘 번식할 수 있다”며 “이 벌레가 한꺼번에 죽으면 부패 등으로 유기물이 증가해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는 오염 물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호소화된 4대강의 물리적 특성 변화 발표를 통해 “낙동강의 13지점, 영산강의 2지점, 금강의 6지점, 한강의 6지점 등 27지점에 대해 유속 조사를 한 결과 유속이 측정된 지점은 4대강 시업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느려진 것으로 측정됐다”며 “특히 측정불가(측정한계인 2cm/s 이하) 지역이 45%(12곳) 이상으로 이 지역의 경우 유속 감소 정도가 40배를 상회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4대강 사업 이전 평균 90% 이상 모래로 구성돼 있던 4대강 바닥에 전체 평균 28%의 실트질이 쌓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저질토 성분이 실트질 진흙으로 변한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 준설과 보의 건설로 인한 유속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하천 바닥이 모래에서 진흙으로 전환되면서 생태 서식처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특히 모래에서 산란하고 치어가 성장하는 어류의 경우 개체의 종과 수가 모두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악화와 녹조 발생의 범위나 강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하천 생태계가 구조화된 상황이고 언제든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아주 나쁜 상태”라며 “4대강 보 철거에 앞서 우선 가능한 보 수문부터 시급히 개방해 강의 유속을 복원함으로써 4대강 생태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4대강 사업을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가 실제 가동이 안 되고 있는 것은 국가 수장으로서 심각한 직무 유기”라며 “지금의 4대강조사위를 해체·재구성하고 수많은 부정부패의 사슬인 4대강 사업 관계자에 대해 국회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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