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검거된 가운데, 조중동 보수언론들은 28일 대균 씨의 검거 과정을 세세하게 보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대균 씨의 ‘호위무사’ 역할을 한 박수경 씨 사생활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알 권리 차원에서 부합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보도가 많았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밝히려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15일째. 유가족의 건강 상태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족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버티기‧물타기’ 전략으로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 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야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28일자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유대인 소년 살해 하마스와 무관”>
국민일보 <수원 3각 벨트 승패…동작을, 순천‧곡성>
동아일보 <국민 88% “국가대개혁 시급하다”>
서울신문 <세금, 서민 덜 내고 대기업 더 낸다>
세계일보 <곡물자급사업난항…식량안보 ‘사이렌’>
조선일보 <北 “미군 타격 훈련” 정전일 전날 또 도발>
중앙일보 <경찰, 유대균 있는지 모르고 덮쳤다>
한겨레 <‘또 하나의 비극’ 하이닉스>
한국일보 <“새누리당 9 : 6 새정치민주연합”>

   
▲ 조선일보 28일자 3면
 
“유대균 치킨 시켜 먹었다”

보수언론은 28일 대균 씨 검거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이 가운데 치킨 배달 등 보도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것도 있었다. 대균 씨와 같이 검거된 박수경씨의 사생활을 깊숙이 파헤쳤다.

조선일보는 3면 <유대균, 오피스텔서 측근이 배달해 준 음식으로 연명>에서 “대균씨는 좁은 오피스텔에서 주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기간 몸무게가 20kg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냉장고 안에는 냉동만두와 햄 등 인스턴트 음식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일부에서는 대균씨 등이 근처 치킨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실제 오피스텔 출입문 안쪽에도 인근 지역 배달 음식점 전단지 10여개가 가지런히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8일자 3면
 
조선은 같은 면 <체포 때 ‘무표정 꼿꼿’ 박수경, 원래 눈물 많은 여린 성격이었다?>에서 “박수경씨는 태권도계에선 성실하다는 평가와 함께 촉망받는 ‘미녀 심판’이었다. 그는 세월호 침몰사고 직전까지도 활발하게 심판으로 활동했다”며 “동료 심판들이 전하는 박수경 씨의 성격은 차가워 보였던 외모와는 전혀 달랐다. 한 동료 심판은 ‘정이 많았던 박씨는 평소 특히 아이들에게 잘했다. 쟤는 불쌍하다, 참 안 됐다, 이런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현재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 박씨는 8개월여 별거 기간에 두 아들을 데리고 경기도 안성의 H아파트에 살았다”며 “하지만 대균씨와 같이 도피 길에 오르면서 두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는 연락을 끊었다”고 밝혔다. 조선은 “항간에서는 박씨와 대균씨가 ‘내연 관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그 부분은 사생활 영역이고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6면 <검거 전날 치킨 주문…배달원 “얼굴 안 보여줘”>에서 치킨 배달과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동아는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가 검거된 경기 용인시 G오피스텔을 26일 정밀감식하며 내부를 공개했다”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현관문 뒤편(실내 쪽)에 붙어 있는 9개의 배달음식 전단이었다. 외부 출입을 극도로 자제하며 배달음식을 종종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아는 “대균 씨가 검거되기 전날 오피스텔에 치킨을 배달했다는 배달원은 ‘덩치 큰 사람이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얼굴을 절대 안 보여주고 음식을 넣어주기 힘들 정도로 문을 조금만 열어줘 짜증이 났다’고 기억했다”며 “대균 씨는 이곳에 은둔하며 130kg이던 몸무게가 20kg가량 빠졌지만 직접 요리도 해먹었다. 싱크대 위에는 식초 간장 올리브오일 등이 있었고 냉장고 안에는 달걀 치즈 삼겹살 등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동아는 8면 <‘호위무사’ 박수경 팬카페까지 등장>에서 “유대균 씨와 함께 검거된 ‘호위무사’ 박수경 씨(34)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폭증하면서 팬카페까지 개설돼 논란이 일고 있다”며 “검거 다음 날인 26일 페이스북에는 ‘미녀쌈짱 박수경 팬클럽’이라는 이름의 그룹(온라인 카페 같은 페이스북상의 온라인 모임)이 만들어졌다. 개설 직후 1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박 씨와 유 씨와 관련된 기사와 사진들이 게재됐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28일자 3면
 
중앙일보는 조선·동아처럼 ‘치킨 배달’ 보도를 했지만, 배달을 받은 사람이 대균 씨가 아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은 2면 <유대균, 치킨 배달시켜 먹어…“안경 쓴 남자가 받아”>에서 “대균씨 등은 만두 등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간간이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을 주문해 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취재 결과 이들은 인근 K치킨에서 치킨 배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K치킨 주인 A씨는 ‘어떤 남성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배달을 시키곤 했는데 전화를 건 남성이 유대균씨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앙은 “대균씨는 검찰조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이 대균씨 등을 검거하던 당시에도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며 “만약 대균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의 도피를 도와준 제3의 남성 조력자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A씨는 ‘가게 종업원이 대균씨가 있던 오피스텔에서 주문 전화를 받고 배달을 갔을 때 안경을 쓴 남성이 엘리베이터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치킨을 받아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앙도 박씨의 사생활을 파헤쳤다. 중앙은 3면 <캐나다서 유씨 조각 도운 박수경…“유조백님” 부르며 깍듯>에서 “박씨는 현재 남편인 박모씨와 이혼소송 중”이라며 “구원파 관련 계열사 직원인 남편 박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이며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며 ‘아내가 대학 재학 시절 대균씨를 몇 차례 따라다니긴 했지만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권 배려 없이 신상 노출”

한겨레는 3면 <막 나간 언론들…‘유대균 수행여성’ 선정적 보도>에서 “지난 25일 경찰에 붙잡힌 유대균씨와 그 수행원 박아무개(35·여)씨를 둘러싼 언론보도가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흐르면서 당사자들의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MBC 뉴스데스크는 박씨를 실명으로 언급한 ‘호위무사 박○○은 누구?’란 꼭지에서 박씨의 결혼 생활과 그의 남편 등 사생활의 영역을 들췄다”며 “또 ‘유 회장·대균씨 모두 여신도 도움 받아 도피…이유는?’이란 꼭지에서는 앵커가 ‘유병언 회장 일가 뒤에는 맹목적이다시피 적극적인 여성들이 있다. 어떤 관계이기에 가능했을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종편은 더욱 심하다. <채널에이>는 ‘좁은 방에서 단둘…석달 동안 뭐했나?’라는 자막을 붙였다. <티브이조선>은 간판 뉴스에서 아내 박씨의 생활 태도에 불만을 토로한 남편의 경찰 진술을 그대로 옮겼다”며 “언론 전문가들은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먼 선정적 보도를 펴고 있는 언론의 책임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임영호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유씨, 박씨가 사건과 관련 있을지 모르지만 유 전 회장의 ‘주변 인물’에 불과하다. 그런데 언론이 거대 왕국의 계승자와 그를 둘러싼 카리스마와 무술 실력을 갖춘 여성 등 흥미적 요소를 부각시키면서 너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식 농성 중 실려 나가는 유가족

한국일보는 9면 <세월호 단식 유족들 건강 악화로 줄줄이 병원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27일로 14일째. 여야간 정쟁으로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며 단식 끝에 쓰러지는 유족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28일자 9면
 
한국일보는 “유족 15명은 이달 14일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유경근(예은양 아버지) 가족대책위 대변인 등 10명은 국회, 김병권(빛나라양 아버지) 가족대책위 위원장 등 5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농성장을 차렸다”며 “국회 논의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는 동안 단식이 길어지면서 유족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17일 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가 광화문광장 단식 중에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간 것을 시작으로 이은별양의 이모가 ‘세월호 100일 도보행진’ 참가 다음날인 25일 피를 토해 병원으로 호송됐다”며 “26일 쓰러진 김종기(49ㆍ수진양 아버지)씨까지 6명이 단식 중 응급실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의료진들은 이미 유족들의 체력이 소진된 상태라고 걱정했다. 국회 단식 농성 유족들의 건강을 살피던 채진호 청년한의사회 한의사는 ‘유족들의 목소리가 유언할 때 나오는 정도’라며 ‘단식을 중단하더라도 후유증이 염려된다’고 말했다”며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는 ‘차라리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면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는 이달을 넘길 전망이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거부해 온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특별검사 도입으로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이번에는 특검 추천 주체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가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티고 물타고, 세월호 무시하는 새누리당

유가족이 쓰러지는 가운데도 세월호특별법 논의는 지지부진이다. 새누리당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시간 이후 특별법 논의는 진상조사를 위한 법안에만 한정해 진행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진상조사 특별법’을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하자는 제안이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진상조사를 분리하자는) 원론에는 공감한다. 내일이라도 특검 출범에 관한 모든 합의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보의 진상조사위 파견과 특별검사 추천권 요구’ 철회라는 조건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6면 <버티기‧물타기…세월호특별법 논의, 새누리당의 대응법>에서 “새누리당은 지난 25일부터 소속 의원들에게 ‘새정치연합 세월호 특별법안 문제점 검토’라는 자료를 회람시키며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특별법 협상 내용과 쟁점을 의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있었던 셈이다. 특별법을 서둘러 처리할 의사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경향은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도 난항이다. 이날 국조특위 여야 간사 간 2차 협상도 결렬됐다”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출석요구일 7일 전 출석 요구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여야는 28일까지는 전체회의에서 증인을 의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은 “여야는 작정하고 정략적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전해철 의원과 이호철 전 수석을 증인으로 요청했다”며 “2000억원의 빚을 탕감받고 경영권을 회복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정권 핵심부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새정치연합도 맞불을 놨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그렇다면 규제 완화 책임을 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고수습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출석시켜 답변을 듣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며 “야당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과 함께 새누리당 전·현직 대표인 황우여·김무성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도 증인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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