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째였던 지난 24일 밤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단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단은 두 차례 경찰과 대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밤 10시35분께 박영선 대표 등 원내대표단 6명만이 청와대로 들어가도록 허락을 받았지만 대통령을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이들을 맞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단과 청와대 연무관에서 장장 4시간에 달하는 비공개 협의를 진행한 후 △25일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별법 협상 관련 상황 보고 △보고 후 박영선 대표에게 결과 통보 △여야 협상 지속 등 세 가지 약속을 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조 수석과 원대대표단이 만나서 대화를 나눈 시간은 30~40분에 불과했으며 이 같은 약속도 전화로 했다고 동행 취재단은 전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였던 지난 24일 밤 박영선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단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25일 새벽 2시45분께 청와대에서 나온 박 대표는 “조윤선 수석에게 지금까지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지만 조 수석은 기소권과 수사권과 관련한 문제에 관한 얘기 정도만 알고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며 “조 수석에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연락을 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김 대표가 조 수석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여야 4자 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과 관련해 조사위에 수사권을 직접 부여하지는 않되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만약 특검을 야당이 추천한다면 그게 법에 맞는가 하는 문제가 있고, 위원회에 여야가 동수로 참여하고 유가족이 참여한다고 하면 결국 야당과 유족의 뜻대로만 위원회가 운영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해 여당 내 입장 정리도 안 돼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단은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한 서한을 조 수석에게 전달한 것외에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청와대 밖에서 4시간여 동안 장대비만 맞다가 철수했다.

새정치연합 대표단과 동행한 기자단에 따르면 조 수석 또한 연무관에서 박 대표 등과 30여 분간 비공개 협의를 하다가 11시20분께 밖으로 나와 차에서 누군가와 장시간 통화한 후 어딘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수석이 김무성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고 김 대표가 야당 지도부의 전화도 받지 않자 조 수석은 25일 새벽 1시께 박 대표에게 세 가지 약속을 전화로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대표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던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제 조 수석을 만나 새누리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검과 관련한 입장이 달라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한 곳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고 얘기했다”며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신호를 준 게 아니면 세월호 특별법 협상팀이 협상안대로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조 수석과의 협상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원래 대통령에게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이것을 박 대표에게 알려주면 여야 협상이 되도록 하기로 했다”며 “당시 밖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비를 맞고 있는데 우리도 답을 받기 전까지 나올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은혜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 대표는 아직까지 조윤선 수석의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TF팀과 원내대표들도 오전부터 다각도로 접점을 찾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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