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반 : 안전한 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
2반 : 진실을 밝히는 특별법 제정
3반 : 기소권을 보장해야 처벌하지요
4반 : 성역 없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5반 : 특별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
6반 :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주세요
7반 : 수사권이 없으면 특별법이 아닙니다
8반 : 어떻게 잊을 수 있나요
9반 : 잊지 않겠다는 약속 지켜주세요
10반 : 특별법 제정 약속 지켜주세요

7월의 모진 장맛비도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걷는 부모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등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박 2일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안산시민대책위원회 등 유가족과 시민 5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단원고와 안산하늘공원 등을 거쳐 장장 11시간 동안 20km를 걸어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광명시민체육관에 도착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서울광장에 도착할 때까지 ‘100일 100리 행진’을 계속한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비롯해 안산시민대책위 등 유가족과 시민 500여 명은 23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24일 서울광장에 이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1박2일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사진=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제공
 
지난 15일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도보행진을 했던 단원고 생존학생들보다 걸음걸이는 더디고 날씨도 궂었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유가족들과 뜻을 함께했다.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깃발에 새겼다.

차들에 타고 있던 시민들은 창문을 열어 ‘잊지 않겠습니다 4월 16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유가족들을 응원했고, 행진 구간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도 “힘내세요”를 외치거나 손수 음료수를 건넸다.

유가족 등의 행진이 경기 시흥시 목감동 목감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목감종합사회복지관에서 나온 직원들과 논곡중학교·시흥고등학교 자원봉사자 학생 50여 명이 도보행진 참가자들에게 간식을 나눠줬다. 이들은 유가족들을 배웅하면서도 “힘내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송했다.

   
23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100일 100리 행진’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 동참했고 거리의 시민들도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사진=강성원 기자
 

우천 관계로 이날 저녁 광명시민체육관 광장에서 예정됐던 촛불문화제는 취소됐지만 체육관 안에서 문화제 행사는 계속 이어졌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어머니 박은희씨는 1반부터 10반까지 모든 부모의 마음을 담은 말을 대신 시민들에게 전달하며 “내일이 꼭 아니더라도 모레나 글피, 1년 안에라도 꼭 우리 아이들이 역사책에 의로운 죽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 먹으면 낫고, 피가 나면 약을 바르면 낫는데 우리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느냐”며 “우리 부모들 모두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오늘 함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 의원들과 일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야당이 요구하는 특별법은 희생자 의사자 지정이라는 주장에 대해 박씨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이런 말들 때문에 우리의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찢어지고 해어지고 너덜너덜해지고 있다”며 “우리가 말하는 의사자와 국민들과 정치인이 생각하는 의사자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이신가요?" "친구 동생이..." "많이 아파보이는데 내일 걸을수 있겠어요?" "물론이죠." 행진 참가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발에 잡힌 물집에 대한 응급처방을 받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단원고 2학년 4반 이보미 학생이 '거위의 꿈'을 노래한다. 음흉한 표정과 검은 양복의 남자가 주변을 서성이고 이내 파도가 보미를 삼킨다... 참사 발생 99일째 밤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극단 '허리'가 세월호 참사를 표현한 연극을 공연했다. 많은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면서 박씨는 “단지 우리 아이들의 한 명 한 명 소중한 목숨이 모여 이 세상 어디서도 만들 수 없는 진한 먹물을 만들고 싶을 따름”이라며 “우리나라 역사를 세월호 참사 전후로 가를 수 있는 그런 진한 획을 긋고 싶어서이지 돈을 바라고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가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안에는 희생자 의사자 지정이나 대학 특례입학 등의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박씨는 “이제 내일(24일)이면 (세월호 참사) 100일인데 100일 전에는 구하지 못해 미안했고 100일이 지난 지금은 여전히 허둥대는 세상 속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아이들이 던져져 있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내일(24일) 마지막 힘을 내 서울광장으로 부모의 마음으로 갈 생각이어서 국민 여러분도 무너진 주권을 다시 세우기 위한 간절함과 부모의 마음으로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진 참가 시민들과 함께 잠들고자, 조용하고 편안한 수련원을 마다하고 넓은 광명실내체육관에 잠자리를 마련했다는 세월호 유가족들. 공식 일정을 마치고 같은 반 아이들 부모끼리 삼삼오오 모여 야참을 나누고 서로 발마사지를 해줘가며 하루를 정리한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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