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검사시절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국일보에 ‘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리며 황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는 23일 오전 황 장관이 한국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황 장관에게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일보 측이 종이신문 1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할 것, 인터넷 기사를 삭제할 것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포털에 남아 있는 기사도 삭제해달라는 황 장관 측 요구에 대해서는 “법률상 직접 권리규제를 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0월 4일 1면 기사에서 황 장관이 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성매매 사건 수사 대상에 올랐던 삼성그룹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 장관이 1999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 시절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을 수사했는데 결국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됐고, 이후 삼성이 황 장관에게 검사 1인당 300만원 씩 총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줬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정당국 관계자들과 삼성그룹 구조본부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빌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황 장관은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허위로 판명된 내용을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며 한국일보, 고낙현 한국일보 법정관리인, 사회부장 및 해당 기자를 상대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고, 정정보도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의 위법 행위는 검증해야 하지만 객관적인 확인 없이 의혹이나 주장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다. 원고(황 장관)는 이 기사로 도덕성과 첨령성이 훼손돼 직무수행에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한국일보 기사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재판부는 “기사의 근거로 삼은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은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없어 믿기 곤란하다. 기사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추가 제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1심 공판 중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증인으로 참석해서 증언해주면 좋은데 여러 가지 부담을 느껴서 법원에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결정적으로 그 부분이 재판부로 하여금 (김 변호사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 외 다른 취재원인 ‘사정당국 관계자’가 증언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영창 한국일보 경영전략실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일보 입장에서는 취재원을 밝힐 수가 없었고, 그 부분이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실장은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기자가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데 법원에서 그런 점들을 인정을 하지 않았다”며 “배상금액인 2천만 원 역시 다른 사건들과 비교하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담당 기자와 회사 의견 등을 종합해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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