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을 하다보면 뉴스가 인격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방송 리포트 하나의 분량은 기껏해야 1분 30초에서 2분 30초 정도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쌓이면 해당 언론사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이면 세월호 침몰사고가 100일째가 된다. 그런데도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은 제대로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수사권’을 포함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국회 단식 농성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나와 다시 촛불을 들었다. 정치권이 하루 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외침이자 유가족에 대한 연대였다.

‘특별법 제정’ 외침은 어디로?

그러나 이날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서는 해당 뉴스를 찾을 수 없었다. 집회 현장에서 취재를 했는데도 뉴스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다만, SBS ‘8뉴스’는 뉴스 말미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오늘(1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며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JTBC ‘주말뉴스’만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를 연결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다.

   
▲ NBC는 지난 15일 자사 홈페이지에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도보 행진 영상을 올렸다. (사진 = NBC 홈페이지 화면 http://www.nbcnews.com/)
 
뿐만 아니다. 지난 16일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40km 도보 행진을 무탈하게 끝마쳤다. 이 행진은 로이터, NBC 등 외신들도 보도할 만큼 크게 주목 받았다. 로이터는 15일 <세월호 생존자 학생들, 전면 조사를 위해 행진>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는 “세월호에서 구출된 75명 학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이들이 커져가는 대중의 요구에 동참했다. 이들은 수사권을 지닌 독립 조사기구 마련 등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법을 국회가 통과시키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NBC는 행진 영상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며 세월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 소식을 리포트로 구성해 보도한 곳은 KBS뿐이었다. SBS는 특별법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여·야 소식을 다루면서 학생들의 행진을 보도했다. MBC는 행진과 동일한 비중으로 유가족과 경찰의 ‘충돌’을 다뤄 세월호 관련 보도를 백안시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말쥐치에 밀린 희생자 소식

   
▲ MBC ‘뉴스데스크’ 18일자 보도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 MBC는 의도적으로 ‘보도 침묵’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세월호 희생자 1명이 수습됐다. 조리사 이모 씨였다. JTBC는 이날 톱뉴스에서 팽목항에 나가있는 기자를 연결해 현장 수색 소식과 희생자 수습 뉴스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반면 KBS는 17번째로, SBS는 11번째 뉴스로 전했다. 비록 후순위에 배치했지만 이들 뉴스는 1분 30초 리포트를 제작해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26번째 뉴스(‘세월호 실종자 1명 추가 수습’)에서 20초 단신으로 처리했다. “세월호 실종자를 수색 중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오늘(18일) 3층 식당칸에서 조리사 56살 이 모 씨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실종자 시신이 추가로 수습된 것은 지난달 24일 단원고 여학생이 발견된 이후 24일 만이며, 현재 남은 실종자는 10명이다”는 배현진 앵커 멘트가 리포트 전부였다. 이보다 앞선 보도에서 MBC는 해파리 천적 ‘말쥐치’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반색했다. 중요한 뉴스가 후반부로 밀리고 할애되는 시간이 더 짧아지는 현상,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6월부터 7월 21일까지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세월호 관련 소식(유병언 보도 제외)은 25건에 불과하다. JTBC는 같은 기간 170건, KBS가 76건, SBS가 53건을 다뤘다. 방송뉴스, 특히 MBC가 세월호와 관련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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