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대현 사장 후보자의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이사회가 조 후보자를 사장 후보자로 결정한 뒤 청와대 재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재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지난 6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통해 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KBS의 신임 사장은 임명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KBS가 지난 5월 벌어진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의 파업 관련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에 따르면 KBS노조는 13명, KBS본부에서는 21명, 비노조원 11명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여기에는 제작거부를 주도한 조일수 기자협회장과 홍진표 PD협회장도 포함됐다.

신임 사장이 결정됐고 대통령 재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40여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리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사장도 없는 상태에서 인사위원회를 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해당 인사위원회는 인력관리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 조대현 신임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제공
 
일단 조 후보자의 사장 재가가 늦어지는 것은 안전행정부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애초 조 후보자가 청와대가 ‘밀던’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재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말도 돌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안전행정부 측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임 길환영 사장 역시 이사회에서 후보자로 지목된 이후 2주일여 후 사장에 임명됐다. 대체로 KBS 사장 임명 시 이정도의 공백 기간은 거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대현 사장도 이번 주 내에 청와대 재가가 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사장 후보자의 경우 긴급하게 길환영 전 사장의 자리를 매워야 하는 ‘보궐사장’이라는 점, 전임 사장들은 이취임식을 하고 업무를 교대한 반면, 현재 KBS는 길 사장이 해임으로 나가면서 경영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느긋해 보이는 청와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왜 KBS는 조 후보자가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인사위원회를 소집했을까? KBS본부 측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의 시점과 대상자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인사위원장은 부사장급이 맡는데 현재 KBS의 부사장은 자리를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사장이 진영을 꾸리기도 전에 인사위원회를 여는 것은 뜬금없다”고 말했다.

KBS노조에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S노조 측 관계자는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지금 징계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BS 내부에서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조 후보자의 사장 입성을 앞두고 KBS 내부에서 ‘길을 닦아놓는’ 경우, 조 사장이 취임 후 곧바로 KBS 파업 관련 내부자 징계에 나서기는 부담이 큰 만큼 미리 인사위원회를 열고 관련자 징계에 나서면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징계위원회 기획이 조대현 후보자 측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지금 누가 징계를 올렸고 어떤 규정과 기준에 의해 징계대상이 됐는지 모호하다”며 “현재 류현순 직무대행이 조 후보자에게 ‘잘 봐 달라’는 것일 수도 있고, 조대현 사장 측근들이 인사 등에 대한 설계도를 짜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둘 중 어느 것이든, 조대현 후보자의 사장 취임 이후에도 인사위원회가 강행된다면 KBS 내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S노조의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은 여전하며, KBS본부의 경우 조건부 반대를 걸었기 때문에, 조 후보자가 강경모드로 나갈 경우 저항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양대노조는 21일 중 관련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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