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피해가족들이 국회에서 엿새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세월호 특별법’이 이들의 요구대로 관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임시국회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이 가족들의 요구를 반대하고 있고 여야 협상 창구인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는 17일 협상 결렬이후 깜깜 무소식이다.

이에 19일 시민 1만5천여명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의 주최로 서울광장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단식이 장기화되고 있으니 정치권이 하루 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외침이다. ‘수사권과 기소권’도 없는 특별법이 무슨 소용이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 소식은 공영방송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 1만5천여명이나 모여 벌인 집회인데, 남의 나라 얘기인 듯 그 흔한 단신 하나 찾기 어렵다. 이 정도면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방송사 카메라, 언론을 향해 적개심을 보이는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을 법 하다.

   
▲ 2014년 7월 19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길환영 사장 퇴임 직후 매일 같이 세월호 관련 소식을 전하던 KBS는 요새 눈에 띄게 뜸해졌다. 그러더니 19일 세월호 집회 소식은 아예 뉴스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KBS는 중국에서 ‘대학생 다단계’가 심각하다면서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간추린 단신 코너에서도 세월호라는 3글자를 찾을 수 없었다. KBS는 중국에서 버스와 트럭이 충돌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전했지만, 이날은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이 단식 중이라는 사실,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1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았다.

그나마 KBS는 세월호 소식을 꾸준히 보도해 온 편이다. MBC는 말 할 것도 없다. 아예 세월호 소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MBC다. 세월호 집회 소식을 다루지 않은 MBC가 이날 보도한 뉴스 중 하나는 ‘중국에서도 의리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중국 뉴스들이 국내 뉴스가 없을 때는 다룰 수 있다 해도, 세월호 참사 보도를 제외하고 나올 만큼 중요한 뉴스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2014년 7월 19일. MBC 뉴스데스트 화면 갈무리.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가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 그나마 공영방송이 아닌 SBS는 8시 뉴스 말미에 집회 소식을 전하기라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방송국들은 국민 1만5천여명이 광장에 나와 소리를 질러도, 촛불을 들어도 안보이는 척 하고 있는 모양새다.

길환영 사장의 퇴진 이후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KBS는 최근 다시 물음표가 붙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MBC는 이제 ‘포기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 여론을 이끌던 두 공영방송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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