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겠지만 취재를 하다보면, 취재원이 취재에 잘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방이 특정인을 비판했을 때, 해당 특정인의 말을 들어봐야 하는 것은 기자의 본분입니다. 반론권이 보장돼야 하지요. 그런데 그 특정인이 연락이 닿지 않거나 말을 거부할 경우, 고민에 빠집니다. 그 일방의 비판이 일리 있다 판단될 때, 특정인이 반론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MBC 기자가 “반론을 안 해서 반론이 없습니다”라고 보고하면, 국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난해 6월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도 그런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MBC본부)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MBC본부는 김장겸 보도국장 취임 후 한 달 동안 MBC 보도를 분석해 “MBC뉴스가 국정원 문제 등 민감한 뉴스를 회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MBC본부는 SBS뉴스와 비교하는 데이터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MBC본부의 주장대로 보도국장께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회피’한 것인지, MBC의 보도책임자인 보도국장께 그 주장에 대한 입장을 미디어오늘은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국장께 연락이 잘 안됐다고 합니다. 취재에 잘 응대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잘 기억 안 나시겠지만 저도 약 2년여 전 국장께서 정치부장일 때 전화 한 번 드린 적 있습니다. 그때 김장겸 국장께서 “내가 말 할 이유가 없다”며 전화를 끊으셨죠. ‘뚜- 뚜-’ 소리를 들으면서도 “여보세요?”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어쨌든 결국 조 기자는 김장겸 국장 방에 올라갔습니다. 취임 한 달이 지났으니 인사도 드리고, 민실위 보고서에 대한 입장도 묻기 위함이었지요.

   
▲ 2014년 7월 18일자 MBC 뉴스데스크.
 
국장께서는 조 기자가 들어와 소속과 신분을 밝히자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나가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황망해 하는 미디어오늘 기자를 앞에 두고 사람을 불러 쫓아내게 했습니다. 그렇게 조 기자가 보도국장실에 머문 시간은 1분13초, 그리고 김 국장과 MBC는 조수경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원래 제기했던 고소 사유는 무단침입. 그런데 검찰은 대뜸 퇴거불응으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합니다. 그리고 17일, 법원은 MB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MBC 보도국장실은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조 기자가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 없이 무단으로 출입해 무작정 취재 요청을 한 만큼, 해당 기자에게 ‘나가라’고 한 퇴거 요구는 정당하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입니다.

대한민국 법 어디에도 없는 ‘보도국장실 출입금지’ 조항을 법원이 어디서 찾았는지 모르겠으나 법원은 조 기자가 못 들어갈 곳에 들어갔다고 한 셈입니다. 조 기자가 보도국장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것도 아니고, 머문 시간은 1분 13초에 불과했으며 취재를 목적으로 했음에도, 법원은 그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장도 기자생활을 오래 하셨으니 취재 때문에 누군가의 방에 들어간 적이 많으실 겁니다. 그때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17일 MBC 뉴스데스크에는 관련 소식이 나왔습니다. CCTV영상까지 공개하면서 말이죠. (처음 뉴스를 봤을 땐 절도범인줄 알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민동기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과 김용민 국민TV PD와의 민사 소송에서 이겼다는 보도도 내셨지요. 김 국장께서는 이 뉴스가 전 국민이 알아야 할 뉴스라고 판단하셨나 봅니다.

그런데 너무 승전보에 취하신 듯 합니다. 지난 6월 12일 민동기 편집국장에 대한 MBC 보도에서 “김 씨 등은 지난해 6월 국민TV 팟캐스트 방송에서 ‘빌게이츠 사망 오보는 김 국장이 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퍼트린 혐의로 기소됐다”라는 내용이 나왔는데, 기소 안됐습니다. 정정보도 하셔야죠.

   
▲ 2014년 6월 12일 MBC 뉴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조수경 기자 건은 MBC가 고소할 당시부터 MBC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사안입니다. 기자가 취재원이 있는 곳에 취재하러 들어갔는데 무단침입으로 고소됐다, 그런데 그 고소주체가 언론사더라. 이 한 편의 희극 같은 비극에 대해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사가 법을 악용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라고 비판했지요. “취재대상이 ‘사전허가’해 주지 않는 한 MBC는 일절 취재하지 않겠다는 반언론적 ‘언론포기선언’”이라고도 했습니다.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3조에는 “신문 및 인터넷신문은 제1항의 언론자유의 하나로서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갖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들어와서 인사만 한 기자를 ‘불법침입’으로 고소한 MBC,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말에 당황해 1분 13초 간 있던 기자를 ‘퇴거불응’으로 기소한 검찰, MBC 보도국장실을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한 법원, 모두 신문법에 명시된 기자의 자유를 제약했습니다.

어찌됐든 국장께서 미디어오늘 기자를 쫓아내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언론사가 언론의 취재를 법을 이용해 제재하는 것도 모자라 소송에서 이겼다고 시청률 6~7%의 MBC 간판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까지 내보낸 것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그 소송에서 이긴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우셨나요? MBC는 스스로 언론사이기를 포기한 겁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