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가 지난 16일 40km 도보 행진을 무탈하게 끝마쳤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안산에서 국회까지 1박 2일 도보 행진을 했다.

시민 수백 명이 학생 행렬을 뒤따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거리‧국회에 나와 이들을 응원했지만, 이를 전하는 방송 보도는 기대 이하였다. 주요 외신도 다룬, 이날 학생들의 행진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한 사회의 절박함을 상징하는 것이었지만, 지상파 3사는 답답할 정도로 여·야 공방 전하기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

방송 3사 가운데 학생들 소식을 따로 리포트로 제작한 방송사는 KBS였다. KBS ‘뉴스9’은 16일 5번째 뉴스 <생존 학생들 국회까지 1박 2일 행진>에서 “뜨거운 햇살을 받아가며 학생들이 줄지어 도로를 걷고 있다”며 “이들은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 KBS 7월16일자 보도 (사진=KBS)
 
KBS는 “이들은 어제(15일) 학교를 출발해 1박2일 동안 40여 킬로미터를 걷고 또 걸었다”며 “ 국회에서 단식농성중인 친구들의 부모님을 위로하고 정치권에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KBS는 “지켜보던 시민들은 학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팻말은 정치권에 보내는 학생들의 호소문이다. 학생들은 국회 담장에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란 깃발들을 꽂은 뒤 다시 안산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도보행진에 나섰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KBS는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여야 공방 전달에만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KBS는 16일 여·야 특별법 담판과 관련, “여야 지도부까지 나선 담판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지만 1시간여 만에 결렬됐다”며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양측은 양당 대표들이 최대한 빠른 타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조속히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여·야 주장이 얼마만큼 타당한 것인지, 수사권을 두고 다투는 것에 대한 각 당의 정치적 이해가 무엇인지 등의 궁금증은 이날 방송 뉴스를 통해 해소될 수 없었다. MBC와 SBS 역시 마찬가지였다. 

SBS ‘8뉴스’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보도했고, 뉴스 말미에 단원고 학생 소식을 전했다. SBS는 5번째 뉴스 <여야가 약속한 ‘특별법’, 1차 담판 결렬>에서 “(세월호 특별법) 핵심 쟁점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지 문제”라며 “새누리당은 수사권 대신 상설특검이나 특임검사를 임명하자는 주장을 고수했고, 새정치연합은 특별사법경찰관을 두는 방식으로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맞섰다”고 밝혔다.

SBS는 “협상은 결렬됐지만,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일(17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 특위 위원들은 조금 전 8시부터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어제 안산에서 도보 행진을 시작한 세월호 생존 학생들은 오늘(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해 유가족 대표에게 진실을 밝혀달라는 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 MBC 16일자 보도 (사진=MBC)
 
MBC 역시 여‧야 공방위주로 뉴스를 구성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5번째 뉴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결렬>에서 “여야가 오늘(16일)로 예정했던 세월호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며 “조사위원회에 수사를 주느냐 마느냐로 여야 대표가 담판까지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MBC는 학생 행진 소식을 전하면서 동일한 비중으로 유가족과 경찰의 충돌을 부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는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학교에서부터 1박2일의 도보 행진을 벌여 국회에 도착했다”며 “닷새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들은 특별법을 처리하라며 국회 본청에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관련 보도를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기존의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편, 로이터와 NBC 등 주요 외신도 단원고 학생들의 도보 행진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로이터는 15일 <세월호 생존자 학생들, 전면 조사를 위해 행진>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는 “세월호에서 구출된 75명 학생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이들이 커져가는 대중의 요구에 동참했다”며 “이들은 수사권을 지닌 독립 조사기구 마련 등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법을 국회가 통과시키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많은 학생들이 ‘Remember 0416’이라고 새겨진 팔찌를 차거나 노란 천으로 만들어진 띠나 스카프를 둘러멨다”며 “선택된 노란색은 정부 당국의 사고 대응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BC 역시 로이터 보도와 함께 학생들의 행진 영상을 자사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며 해당 사안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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