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세월호 침몰사고 90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3달이 지났지만 실종자 11명이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실종자 가족들이 국회 노숙 및 단식농성까지 강행할 정도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전하는 지상파 방송사 반응은 냉담하다.

SBS는 14일 <참사 후 90일…이젠 눈물도 말라간다>(5번째), <특별법 처리 불투명…유족 단식농성>(7번째)에서 참사 90일을 맞은 팽목항과 유가족 농성 관련 소식을 정리했다. KBS는 <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부여 등이 쟁점>(4번째)에서 다루었으나 SBS에 비해 적은 시간을 할애했고, 내용도 부실했다. MBC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SBS 역시 JTBC 보도에 비하면 양과 질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날 JTBC는 세월호 관련 소식에 6건을 할애했다.

   
▲ MBC 14일자 월드컵 보도 (사진=MBC)
 
14일 보도에서 알 수 있듯, 세월호 관련 소식은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후순위에 있다.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보도가 뒤로 밀리거나 수효가 부족한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월드컵 우승국이 결정된 14일에도 KBS는 2건, MBC는 5건, SBS는 3건을 월드컵 보도에 할애했다. 이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평균 리포트 5.5건을 보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세월호에 대한 지상파 3사 관심은 실로 보잘것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6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44일간) 지상파 3사와 JTBC 메인뉴스를 조사한 결과, 지상파 3사가 다룬 세월호 관련 보도(유병언 회장 보도 제외)는 통틀어 133건이었다. KBS가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44건)가 그 다음이었다. MBC는 20건에 불과했다.

KBS와 SBS 경우 하루 평균 1건 정도는 세월호 소식에 할애했지만 SBS 수치는 KBS에 비해 들쭉날쭉이었다. MBC가 가장 부실했다. 하루 평균 0.5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느닷없이 세월호 특집 다큐멘터리 PD를 교체할 정도로 세월호 관련 소식을 백안시(白眼視)해 온 MBC는 뉴스데스크 보도에서도 이 기조를 고집했다.

   
▲ 지상파 3사와 JTBC 세월호 보도량 비교 (조사기간 : 6월 1일 ~ 7월 14일, ⓒ미디어오늘)
 
지상파 3사를 모두 합쳐도 JTBC 보도량에 미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JTBC는 147건을 다루었다. JTBC는 하루 평균 3.3건을 세월호 관련 보도에 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여‧야 공방 속에서 흘러나온 뉴스 전하기만 급급했지만, JTBC는 진도 팽목항 현장 소식, 해경에 대한 의혹 제기, 세월호 사고 국조특위 소식, 유가족 요구 및 주장 등을 꼼꼼하게 리포트에 담았다.

단독에서도 차이가 났다. JTBC는 △세월호 레이더 관제 영상 △해양구조협회로 연결된 해경·언딘 유착 △초계기 촬영 영상 △수색에서 ‘언딘’을 배제한 범대본 소식 △언딘 의혹에 대한 해경의 자체 감찰 등을 단독 보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같은 기간 KBS가 △세월호 승객의 구조 요청을 외면한 소방본부 △잠수사에게 무리한 입수를 요구한 해경 뉴스 등을 단독으로 다루고, SBS 역시 해경 상황실과 구조대 간 통화 내용 분석 결과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으나, 보도 연속성과 그 깊이에서 JTBC를 따라가진 못했다.

JTBC는 또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 故 박예슬 양 아버지, 민간 잠수사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에 대한 시청자 관심을 제고하려 했다.

   
▲ 지상파 3사 월드컵 보도량 비교 (조사기간 : 6월 13일 ~ 7월 14일, ⓒ미디어오늘)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월드컵 보도에 심취했다. 개막 이후였던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지상파 3사가 보도한 월드컵 뉴스는 총 532건이었다.

세월호 보도 ‘꼴등’ MBC가 209건으로 단연 압도적이었고, SBS가 185건, KBS가 138건에 달했다. MBC는 하루 평균 6.5건을 월드컵 보도에 쏟는 모습을 보였고, SBS 역시 6건에 달하는 리포트를 브라질 소식 전하기에 썼다. JTBC는 조사기간을 넓혀, 개막 이전인 6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 수치를 따져 봐도 불과 39건만 월드컵에 할애했을 뿐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는 단순 개인 사고가 아닌, 국가 재난 사고다.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사안 중대성과 공익성에 비추어 봤을 때, 보도량이 여타 뉴스보다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며 “그런데도 지상파 방송사 보도량이 적다는 것은 뉴스 선택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이 계속 월드컵 본선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 있었다면 참고할 부분이 있었겠지만, 다른 나라 월드컵 소식에 지나치게 많은 보도를 할애하고 있는 현재 보도 행태는 한참 잘못된 것”이라며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언론이 앞장서서 일회성 이벤트로 세월호 같은 중요한 뉴스를 덮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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