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MBC ‘뉴스데스크’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에 할애한 시간이다. 김 실장 관련해서 MBC는 지속적으로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여타 언론사가 그의 발언을 따로 뽑아내 분석과 전망하는 기사를 쏟아 낸 것과 비교하면 MBC는 극도로 윗선 눈치를 보고 있다.

10일도 그랬다. 이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했고, 방송사 메인뉴스는 김 실장의 발언을 주목했다. KBS ‘뉴스9’은 9번째 뉴스 <김 실장 “靑,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에서 “대통령이 구조를 지금 하는 분은 아니다. 현장에서 구조하시는 분이 가장 효과적으로 해야 된다. 해경이 깨고 들어가서 학생들 나가라 하고 이렇게 해야지 대통령이 구조를 하는 분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김 실장 발언을 보도했다.

   
▲ 주요 방송사 10일자 리포트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KBS, MBC, JTBC, SBS)
 

SBS ‘8뉴스’는 <김기춘, “靑,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에서 세월호 참사 컨트롤 타워에 대해 “청와대가 다 지휘하지 않느냐는 뜻에서 그런 말씀이 나온 걸로 봅니다만, 재난 종류 따라서 지휘하고 통제하는 곳은 다르다”고 발언한 김기춘 실장 발언을 보도했고, JTBC ‘뉴스9’ 역시 6번째 뉴스 <“대통령이 구조하는 분은 아니지 않나”>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처음부터 김기춘 비서실장에 집중됐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소재지를 추궁하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히며 김 실장의 발언을 주목했다.

KBS가 1분 38초, SBS가 1분 47초, JTBC가 1분 49초를 할애해 김 실장 발언과 국조특위 소식을 전했지만 MBC는 관련 뉴스를 달랑 ‘20초’ 보도했다. 이날 국조특위에서 나온 내용은 대통령 비서실이 세월호 침몰사고 국면에서 어떻게 정보를 받고, 전달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였지만 MBC는 이에 대한 정보를 누락하며, 철저하게 권력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는 3번째 뉴스 <청와대, 세월호 국정조사 보고>에서 “오늘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재난의 최종 지휘본부는 중앙재난대책본부’라고 말했다”며 “김 비서실장은 ‘청와대는 국정의 중심이기 때문에 일반적 의미에서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의 공방마저 배제한 채 김 실장 발언만 받아쓴 것이다. 20초. 이것이 MBC 뉴스 전부였다.

MBC는 지난 7일에도 “인사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인사위원장인 비서실장에게 있다”고 말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뉴스를 30초 단신으로 뉴스 말미(25번째)에 보도한 바 있다. MBC는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 광산에 전략공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과장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 MBC 10일자 권은희 전 과장 관련 보도
 

MBC는 <권은희 공천 ‘정치적 보상’ 논란>(4번째), <‘외압’ 폭로 법원 “사실 아니다”>(5번째)에서 이 소식을 다루었다. 김 실장을 보도할 때와 다른 강도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권 전 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MBC는 <‘외압’ 폭로 법원 “사실 아니다”>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전하면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김 전 청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권 전 과장의 주장이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이 법원 판결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법원이 수사 과정에서 축소·은폐가 있었는지 따져 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고, 대선 직전 경찰의 수사 발표가 허위였는지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권 과장과 검찰 주장을 배척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그런데도 MBC 박용찬 앵커는 “그렇다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권은희 전 과장의 주장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그동안 숱한 논란이 있었는데 1심과 2심 재판부는 권 전 과장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 리포트를 소개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기획국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관련 김기춘 실장의 발언은 축소하면서 권은희 전 과장에 대한 비판 리포트를 두 꼭지 할애했다는 점은 MBC가 뉴스가치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의도적으로 특정 이슈를 키워 7·30 재보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권은희 전략공천 논란은 언론이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사회적 논란이 컸던 ‘김용판 재판’ 판결의 맥락과 모순점을 배제한 채, 권 전 과장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낙인찍는 건 언론이 보여줘야 할 균형성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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