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은 하청업체나 파견·용역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이번 달 초 공개한 고용형태공시를 보면, 주요 방송사(MBC, SBS, EBS, YTN, MBN) 평균 간접고용률(전체에서 하청·파견·용역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4.3%에 달했다. KBS는 13.3%로 가장 낮았으나 청소미화노동자를 포함한 시설관리 담당과 방송차량 담당 노동자들은 공시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됐다.

SBS가 간접고용률 32.5%(439명)로 가장 높았다. 3명 가운데 1명이 간접고용인 셈이다. 이어 EBS(24.9%, 217명), MBC(21.9%, 464명), YTN(21%, 171명), MBN(16.3%, 75명), KBS(13.3%, 802명) 순이었다. 일하는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MBC가 11.5%(243명)로 가장 높았다. EBS가 8.9%(77명)로 뒤를 이었다. 

SBS 인사팀 관계자는 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소속 외 근로자(간접고용)는 청소 및 경비 등 회사 시설을 관리하거나 전화 교환을 하는 근로자, 주차를 관리하고 안내하는 근로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 주요 방송사 간접고용비율 (인포그래픽 : infogr.am)
 

   
▲ 주요 방송사 고용형태. (자료 :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 재가공 )
 
KBS 수치가 가장 낮은 이유는 자회사에 고용된 인력은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자회사 ㈜KBS비즈니스에, 방송차량관리 및 운전용역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방송차량서비스에 고용돼 있다.

KBS 관계자는 “환경 미화 및 운수와 관련해서는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행정·사무 보조 및 방송·촬영 보조 인력이 ‘소속 외 근로자’(간접고용)에 포함돼 있다”며 “자료에 나와 있는 ‘기타 근로자’는 KBS 교향악단, 국악악단, 관현악단 소속 근로자와 전속 성우 등 특수계약 관계에 있는 근로자들”이라고 밝혔다.


즉 KBS 자료는 사무 및 행정 보조, 촬영 보조 인력을 중심으로 집계된 수치다. 고용형태공시를 보면, ㈜KBS비즈니스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710명, ㈜방송차량서비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301명이다. 이들과 KBS 관계는 사실상 간접고용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KBS 간접고용비율은 25.8%로 크게 상승한다.

KBS 방송차량 운전기사 출신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KBS 자회사에 고용됐지만 실질적으로 간접고용 관계”라며 “자회사가 예산을 자체 마련해서 집행해야 직접 고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KBS의 지시 사항이나 서류를 통해서만 예산이 집행, 관리되기 때문에 KBS와의 관계는 일종의 도급 형태”라고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방송사 인사부가 집계하지 못하는 인력이 많다”며 “드라마국이나 예능교양국에서는 상시적으로 계약직 FD나 AD 또는 파견·도급 인력 등을 쓰는데 이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것까지 고려하면 KBS 간접고용 수치는 수직상승할 것”이라며 “이번 통계는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TV조선·채널A·JTBC 등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방송사와 외주 제작 프로덕션까지 포함하면 실제 방송업계 간접고용 비율은 절반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진구 노무사(경향신문 기자)는 “방송 전체를 외주 프로덕션에 맡기는 경우와 프리랜서 같은 독립 사업자 계약까지 포함하면 방송사 실질 간접고용률은 50%가 넘을 것”이라며 “방송사들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간접고용을 정당화하지만, 이에 의존하지 않으면 방송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인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강 노무사는 “간접고용은 회사 일방의 권리만 보장하고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게 한다”라며 “노동권은 기업 활동에 있어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 통념은 매우 위험하다. 계약은 한쪽 권리만 보장하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 권리 향상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