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 8일 세월호 참사 관련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 대한 감사를 소홀히 했거나 눈치를 보며 되레 감싸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9일 국회에서 감사원 등을 대상으로 한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도 감사원이 감사대상 기관 중 유독 청와대에 대해서만 엄격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이날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사원이 세월호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도 감사했지만, 중대한 문제는 찾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해 ‘각 기관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해경상황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가 제대로 일을 안 한게 분명하다”며 “감사원이 청와대 보고가 제대로 됐다고 판단한다면 감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사고 당일 오후 5시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로 말하는데 이는 학생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해경과 청와대 교신록에 학생들이 배에 갇혀있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옴에도 이런 말을 한 것은 청와대가 보고를 제대로 안 했거나 대통령이 보고서를 제대로 안 읽은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CBS노컷뉴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해경 상황 보고가 제대로 안 됐고 매우 늦게 올라갔다”고 답했다. 하지만 4월 16일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유선전화)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 국가대응 상황반장은 오전 10시52분경 해경 상황실에 전화해 “지금 거기 배는 뒤집어졌는데 지금 탑승객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해경 관계자는 “지금 대부분 선실 안에 있는 걸로 파악된다. 전부 학생들이다 보니 선실에 있어서 못 나온 것 같다”고 보고한다.

김 총장에 따르면 감사원은 박 대통령이 오후 5시 중대본을 방문해서 한 발언에 대해 청와대에 질의도 했다. 그는 “청와대 답변은 ‘대통령이 배 안에 학생이 많이 못 나오는 것을 보고 받았지만 상당수가 밖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며 “그때 청와대마저도 혼잡한 상황이어서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말대로라면 감사원은 주된 감사 대상이었던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등과 청와대에 이중 잣대를 가지고 감사에 임한 셈이다.

감사원은 8일 중대본 등의 사고대응실태에 관한 감사 내용을 발표하며 “중대본 구성·운영 주체인 안행부는 재난대응을 총괄·조정하는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히 한 채 1시간 간격의 언론브리핑에 열중하면서 사실관계 파악을 소홀히 해 사고 및 구조상황을 수차례 정정함으로써 불신을 초래했다”며 “해수부와 해경에서도 사고상황을 부정확하게 전파하거나 지연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고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으므로 관련자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감사원이 재난대응매뉴얼 상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정황에 대해 김현미 의원은 “감사원이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이 수사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책했다.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도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해 직무감찰을 소홀히 한 감사원 감사는 ‘깃털감사’이자 대통령 보호를 위한 ‘방탄감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