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부 구성원들이 요구했던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를 거부한 KBS 이사회, 이들이 9일 KBS 신임 사장을 선출할 예정이지만 누가 선출되더라도 KBS 안에서는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이사회의 서류심사 당시 KBS 사장 후보 지원자 중에서는 조대현 전 KBS미디어 사장이 7표로 가장 많은 이사들의 표를 얻었다. 이어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6표,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 이동식 전 KBS비즈니스 감사, 이상요 전 KBS PD가 각각 4표를 얻었다. 류현순 KBS 부사장은 3표다.

KBS 이사 11인 중 여당추천이사가 7명이고, 사장 선임은 다수결로 이루어지니 여권으로부터 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대현 전 사장, 홍성규 전 상임위원,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이 신임 KBS 사장으로 유력하다. 하지만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이 6명 후보 모두를 반대했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는 홍성규·고대영 후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단 유력후보에 대해서는 양 노조의 반대 입장이 같지만, 기타 4명의 후보에 대해서는 다소 표정이 다르다. KBS본부는 8일 기자회견에서 홍성규·고대영 두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에게 “보도 독립과 제작 자율성, 부역방송 인사 청산 등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으면 반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 밝혔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KBS 사장후보, 위 왼쪽부터 조대현, 홍성규, 고대영 아래 왼쪽부터 이동식, 이상요, 류현순.
 
9일 이사회가 만약 홍성규·고대영 후보를 사장으로 선임하면 양대 노조는 자연스럽게 반대 투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4명의 후보 중 한 명이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길환영 사장 사퇴 투쟁 당시는 양대 노조가 힘을 합치고 간부급 직원들이 동참해 최대한의 동력을 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후보자 모두를 반대하려면 판 자체를 거부해야 하는데 사장 선임 문제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며 “우리가 힘이 있었다면 애초에 사추위를 구성하고 특별다수제를 채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절대 불가자’인 홍성규·고대영 후보가 아니더라도 KBS본부의 여론조사에서 류현순 후보는 26.5%가, 조대현 전 사장은 19%가 불가판정을 내렸다. 여론조사가 2명 복수응답이었음을 가정했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KBS노조 관계자는 “KBS본부가 나머지 4명에 대해 받아도 좋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런 기자회견을 한 것일 테고 류현순이나 조대현 등 나머지 4인에 대해서도 결코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S본부 관계자도 “2명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로 안 된다는 것”이라며 “(홍성규·고대영 후보가 사장에 선임될 경우) 당연히 파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의 경우 KBS본부 구성원들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며 “그들의 청사진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대 노조의 온도 차가 분명하다 보니 당장 9일부터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있다. KBS노조 측은 6명의 후보자 모두 부적격으로 규정한 만큼, 9일 이사회 면접을 원천봉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KBS본부는 이날 이사회에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홍성규·고대영 후보자가 선임될 경우에는 다시 전면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이 선임될 경우 “즉각 제작거부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 관계자는 “KBS본부는 두 사람만큼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을 투표로 결정을 한 것”이라며 “두 사람이 선임되면 파업”이라고 말했다. KBS노조 측 관계자는 “우리 파업은 잠정중단”이라며 “비대위 논의를 거쳐서 재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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