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MBC 기자는 2012년 3월 해고됐다. 총파업 도중이었다.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였던 이 기자는 여전히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해직 언론인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MBC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7일 상암동 신사옥 첫 출근을 고대하며 양복까지 차려 입었건만 MBC는 출입문 ‘봉쇄’로 그를 맞이했다.

MBC 신사옥 광장에서 70여 명의 MBC본부 조합원을 마주한 그는 자신을 “MBC 기자 이용마입니다. 여러분과 똑같은 MBC 직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7일 그를 인터뷰했다.

- MBC가 해직자 복직을 명령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

MBC는 현재 언론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정부 발표만 받아쓰는 보도만 나오고 있잖나. 기업으로서도 망가지고 있다. 유능한 언론인에게 프로그램을 맡기지 않고 있다. 엄청난 손실이다. 이번 법원 결정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불법집단이라는 걸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법체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 법원 결정을 강제할 수단은 없나?

변호사와 상담해 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민사 문제만으로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때가 되면 월급을 추심하는 것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언론인들 일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월급을 주는 것은 손실, 사실상 ‘배임’이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해 형사 문제로 MBC를 고소‧고발하려고 해도 박근혜 정부 아래 검찰이라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7일 MBC 상암동 신사옥에서 ‘우리는 해고자가 아닙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해직 언론인들을 맞이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할 때 MBC 상황이 다른 게 있다면?

이명박 정부 시기, 그러니까 MBC로 말하면 김재철 사장 시절에는 보직 부장들의 행태가 이렇게 노골적이진 않았다. 세월호 유족들을 상대로 폭언을 퍼붓거나 그들을 질책하는 리포트까지. MBC는 이전보다 더 오만해졌다. 과거에는 파업이라는 무기로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었다. 파업이 끝나고 정권이 연장되면서, 파업 참가자들을 쫓아내고 징계했다. 내부 견제의 힘을 상실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극우적 목소리가 가감 없이 뉴스를 통해서 표출됐다. 박상후 전국부장의 리포트도 그 산물이다. 지금 MBC는 편협한 생각을 가진 극소수 사람들이 장악했다. 이들이 방송을 사유화했다.

- MBC는 국조특위 출석마저도 돌연 거부했다.

MBC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이미 신뢰도가 바닥을 기는 상태에서, 이런 오만한 행태는 더욱 MBC를 고립시킬 것이다. 외부에서 MBC가 무슨 얘기를 한들 믿겠나? 국조특위출석도 하루 전날 뒤집고, 법원 명령도 무시하고. 국정특위 출석을 거부한 것에 외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MBC는 철저하게 정권과 함께 움직인다. 외부와의 교감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 2012년 파업 참가자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하다. 연봉제도 도입했는데.

한마디로 ‘물갈이’다. 파업 대체 인력이 이미 채용됐고, 추가로 경력기자를 뽑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기존 기자들에게는 일을 주지 않는다. 현장에서 뛰는 기자 50명도 갈아버리겠다는 뜻이다. MBC가 그동안 경력직을 뽑으면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새로 들어온 인력이 기사나 결과물에서 부족함을 노출했다. 이번 연봉제 도입은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 인력 사이에 경쟁을 유발해 억지로 성과를 만들고, 이들을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MBC가 원하는 건 길들이기다. 방송은 경쟁만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 이용마 MBC 기자 (사진 = 언론노조 MBC본부)
 

- 신사옥 이전 등으로 적자가 예정되는 상황 속에서 임원 임금은 8.5% 인상했다.

올해 적자가 예상이 되는 상황이다. 상암동으로 사옥을 옮겼으나 여의도 사옥을 팔리지 않고 있다.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임원 임금을 인상했다. 후안무치 자세다. 자기가 임원인 동안, 최대한 MBC에서 빼먹고 가겠다는 태도다. 앞으로 10년~20년 근무한다고 생각하면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 신뢰도가 떨어지고 경영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MBC 보도가 가장 낫다고 평가한다. 현실과 괴리된 인식 아닌가.

정부 여당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안 된다. 여당이 조금이라도 방송 공정성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이사들을 임명하지는 않았을 거다. 박 대통령이 문제 많은 인사를 골라 총리, 장관 자리에 앉히려 하는 것처럼 과거 방문진 이사 인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생각이 편협한 인물만 앉혀 놨다. 긴급 편성된 ‘문창극 대담’도 이들 ‘작품’이었을 거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 특별대담도 여당 이사들이 문제 제기를 해서 전파를 탔다. 이런 이들이 방문진에 포진해 있으니 MBC 간부들 성향도 뻔한 것 아니겠나.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방송의 지배 개선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선 이후 180도 달라졌다.

- MBC,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예전 모습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 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체제가 바뀌는 게 급선무다. MBC가 망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구성원들이 부역을 하면서 망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구성원들은 고초를 겪고 있지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다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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