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을 재가한 이후 KBS 뉴스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 내부에서도 “여기저기서 뉴스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흐뭇해하는 표정이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지난달 11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였다. KBS는 문 후보자가 교회 강연 중 민족 비하성 발언을 했다는 단독기사를 내보냈다.

그날 KBS뉴스는 밀양 송전탑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국가의 폭력적 행태를 고발했다. 이후 문 후보자 뿐 아니라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가 이어졌고, 관심이 줄어든 세월호 현장에 대한 리포트는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다.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서도 타 언론이 ‘축제’에 집중할 때, KBS는 브라질 내 월드컵 반대 시위 소식도 전했다.

이처럼 KBS 뉴스는 ‘길환영 체제’ 때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면이 있다. 단독기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아직 일부 리포트에서는 ‘길환영 체제’의 그림자가 보인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세월호 국회 국정조사 특위 활동에 대한 보도가 그렇다.

   
▲ 7월 3일자 화면 갈무리
 
대표적인 것이 이완영 의원이다. 새누리당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완영 의원은 다른 위원 질의 시간에 졸거나, 세월호 피해자 가족에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KBS는 이완영 의원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KBS는 지난 1일 국정조사 소식을 전하면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기관장과 특위 위원들이 국정조사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굳이 KBS가 이완영 의원의 이름을 감출 필요는 없었다. 국정조사는 공개된 장소이고 특위 위원은 공적 신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이완영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정부가 세월호 참사 관련,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도 KBS 뉴스에서는 찾기 어렵다.

지난 2일 보도에선 국정조사 파행 소식을 두 번째 리포트 말미에 전하며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녹취록에 없는 발언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에 반발해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며 국정조사를 파행시켰다가 김 의원 사과에도 특위 위원 사퇴로 요구조건을 바꿔 파행을 유지했다는 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조사 파행을 말리는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당신들은 뭐냐, 유가족이면 좀 가만히 있어라”고 삿대질을 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 밖에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활동’에 대해 일단 ‘호평’부터 하고 보는 모습도 길환영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3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하고 이틀 동안 KBS는 뉴스9의 상당시간을 할애하며 관련소식을 보도했지만 대부분 시진핑 주석의 동정이나 정부가 강조하는 외교적 성과를 보도했다.

각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는 외교에는 장단이 있기 마련인데, ‘한중 관계가 특별해졌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보도가 이어진 것이다. KBS는 3일 뉴스9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7개 리포트를 방송했다. 이중 한·중 FTA에 양국 간 이견이 있다는 뉴스를 제외하곤 대체로 호평하는 내용들로 채웠다.

KBS는 한중 양국의 공동성명이 지난해 6월보다 한 단계 격상된 것이라 평가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중국이 정부의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지지하지 않았고 6자 회담 문제에 대해서도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재무장을 기도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공동입장을 내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KBS는 “외교 관례상 제3국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KBS의 지난 4일 <이례적인 ‘특별 오찬’…동대문 깜짝 쇼핑까지> 보도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선물을 주고받은 모습과 시 주석 배우자인 펑리위안 여사가 동대문에서 심야 쇼핑을 즐겼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두 나라 정상이 친밀함을 확인하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JTBC는 지난 3일자 보도에서 청와대 출입기자와 북경 특파원을 연결해 한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기도 했다. 4일자 보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의도를 분석하고 중국언론을 분석해 양국의 시선을 비교했다. KBS와 대조되는 장면이다.

물론 KBS는 6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수입으로 얻은 수천만원의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서는 여전히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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