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8일 발표한 세월호 사고 관련 중간감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운항 허가부터 지도·감독, 사고 발생 후 대응까지 비리와 유착, 부실과 업무 태만이 얽힌 총체적 ‘관재’(官災)였다. 하지만 유독 청와대는 감사 내용에서 제외돼 ‘눈치보기 감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이와 관련한 첫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뒤, 오후 5시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할 때까지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포함한 기관장과 선원들이 탈출하기 위해 지나갔던 선원 전용 통로 가까운 곳에 단원고 학생들의 선실이 있었지만 이들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자녀 교육·취업 문제, 군 복무 특혜, 도덕성 논란 등 청문회 단골 검증 메뉴들이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어느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후보자는 없었다.

다음은 9일 아침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런 ‘2기 내각’으로 “국가개조”>
국민일보 <무능·비리·면피…부끄러운 민낯>
동아일보 <“풀뿌리 비리, 나 아니라도 누군가 해먹어”>
서울신문 <비리·업무 태만 얽힌 ‘총체적 관재’>
세계일보 <“세월호 참사, 총체적 부실·비리 탓” >
조선일보 <원칙도 도의도 없는 ‘막장 공천’>
중앙일보 <중국 IT 군단의 대공습>
한겨레 <정종섭 “내 평생 투기 해본적 없다”>
한국일보 <최경환, 추경카드 내밀다>

세월호, 총체적 부실·비리라면서 청와대는 ‘문제 없다’?

감사원이 8일 발표한 세월호 사고 관련 중간감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는 운항 허가부터 지도·감독, 사고 발생 후 대응까지 비리와 유착, 부실과 업무 태만이 얽힌 총체적 ‘관재’(官災)였다. 하지만 유독 청와대는 제외해 ‘눈치보기 감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 한겨레 9일자 1면
 
한겨레는 “감사원은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중간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해양수산부, 한국선급, 해양경찰청, 청해진해운 등 정부와 민간의 총체적 업무태만과 비리 등이 293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었다며, 사고 발생부터 초동대응,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컨트롤타워 기능 부재 등 전반적인 상황을 꼼꼼히 다뤘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청와대 부실 대응 부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감사 내용이 누락된 것에 대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번 중간발표는 중대한 문제점만 들어간 것”이라며 “청와대에 대해서도 감사를 했지만, 이번 중간감사결과 발표에 들어갈 만큼 중대한 문제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감사결과에는 (청와대 부분이)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지난 2일 공개된 사고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유선전화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는 대통령 보고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며 “‘청와대는 사고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논란이 이는 등 사고 직후부터 세월호 참사 논란의 중심에 있어 감사원의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김기춘 ‘대통령이 어디 있었냐’는 물음에 “모른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이와 관련한 첫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뒤, 오후 5시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할 때까지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온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던 4월16일 아침 세월호 참사 직후 이른바 ‘골든타임’ 동안 청와대가 멈춰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 한겨레 9일자 6면
 
그는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답변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김 비서실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행방도 모르는 청와대 비서실이 오늘날 대한민국 현주소”라며 “첫 보고는 오전 10시에 서면으로 이뤄졌고, 10시15분 유선보고가 있었다. 이후 박 대통령이 중대본을 방문하기까지 7시간 동안 대면보고가 없었으며 박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도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7일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긴급한 상황에서 보고가 서면으로만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삼아 “대통령이 집무실에 안 계셨다는 것이냐”며 박 대통령의 행방을 계속 추궁했지만 김 비서실장은 “그렇지 않다. 집무실이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서면으로 많이 올린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무엇보다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부터 자리에 없었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늦게까지 7시간이 넘도록 박 대통령은 세월호와 관련한 회의는커녕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4월16일 대한민국은 대통령부터 부재했던 것”이라고 질책했다.

세월호 참사는 업무태만·비리 얽힌 총체적 官災

한편 8일 감사원 중간 감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후 출동 명령을 내릴 때까지 정부 부처가 건성으로 근무하고 관할 지역을 떠넘기다가 골든타임 21분을 허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고 발생 직후인 오전 8시 52분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최초 사고 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는 ‘해상사고는 해경 소관’이라는 이유로 21분을 허비한 뒤에 소방헬기 출동 지시를 내렸다. 전남소방본부장이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헬기에 태워 이동하는 바람에 정작 소방헬기는 오전 10시 37분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 동아일보 9일자 2면
 
현장 대응도 부실했다. 해경 본청은 세월호가 100도 이상 기울어 좌현이 완전히 침수된 오전 10시 17분에도 “자체 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은 원칙대로라면 세월호 사고 구역에 본래 200t 이상 중형함정을 1일 1척씩 배치해야 했다. 하지만 당일 서해해경청 소속 중형함정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에 모두 동원됐다. 대신 연안 경비정인 123정(100t급)이 사고 해역을 담당, 사고 당시 실질적인 구조 인력은 9명에 불과했다.

경향신문은 “오전 9시까지 이어진 야간 근무에서 2명 몫을 1명이 관제하는 등 변칙근무를 실시한 탓에 해경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급변침한 뒤 표류하는 모습을 오전 8시50분부터 볼 수 있었으나 모니터링에 소홀해 놓치고 말았다”며 “감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내부 폐쇄회로(CC)TV를 철거하는 등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2013년 2월 25일 인천해양경찰서 직원 3명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 개최 직전에 제주도 현지에서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식대와 관광 등 향응을 받는 등 유착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정부·행정기관의 지도·감독 부실, 공무원들과 민간 업체의 유착, 사고가 나서도 안이하고 엇갈린 대응체계가 빚은 ‘관재’에서 비롯된 총체적 대참사였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9일자 4면
 
이준석 선장 등 2m옆 학생선실에 안 알리고 탈출해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포함한 기관장과 선원들이 탈출하기 위해 지나갔던 선원 전용 통로 가까운 곳에 단원고 학생들의 선실이 있었지만 이들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장 등의 “이동이 불가능해 승객을 구조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동영상 검증으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8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201호 법정에서 열린 이 선장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직후 선원실에 있던 이 선장과 박 기관장 등 선원 8명이 5층 조타실로 모여들었고, 이후 박 기관장은 선원 전용 통로(폭 90cm)를 통해 선체 제일 밑 기관실로 내려갔다”며 “박 기관장이 4층 선원 전용 통로를 지날 때 벽(2∼3m) 옆에는 B-19번 선실이 있었고 선실에는 단원고 학생들이 안내방송에 따라 대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 동아일보 9일자 2면
 
동아일보는 “박 기관장이 선원 전용 통로를 따라 100m가량 이동했지만 지척에 있던 승객 선실에 대해서는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단원고 학생들에게 ‘탈출하라’는 말 한마디만 전달했다면 3, 4층 승객 객실 좌우 비상대피갑판 3곳(총 995명 공간)에서 대기해 모두 살았거나 피해가 최소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동아는 이어 “검찰의 설명 과정에서 박 기관장 등 기관부 선원 6명은 경사진 통로로 손을 잡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팔을 다쳤다고 호소하던 동료 조기수 김아무개씨를 버리고 빠져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기수 김 씨는 2, 3분 후 혼자 탈출한 뒤 멀쩡하게 목포해경 123정에 올라탔다”고 설명했다.

정치후원금·위장전입·군 특혜 등 ‘2기 내각’의 민낯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의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최경환 후보자는 후원금 문제와 자녀의 대기업 재직 적절성 여부 등 도덕성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최 후보자에게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낸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이날 증인으로 불려 나와야 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 후보자가 벌써부터 각종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안홍철 사장은 기재위 여야 간사가 이미 사장의 퇴진에 합의한 것으로 듣고 있는데 아직 왜 자리에 있느냐. 뒤에서 누가 봐주기 전에는 힘든 일”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안 사장은) 대학선배로서 평생 지인으로 알던 사람이 정치를 잘 하라고 한 달에 30만원씩 준 것”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9일자 4면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군 복무기간 특혜 의혹에 대해 “국방 의무를 소홀히 한적 없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91년 망원동 빌라에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젊은 시절의 제 불찰”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부동산 투기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군 특혜 의혹과 관련 정 후보자는 “군 복무를 충실히 수행한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한 것 뿐”이라며 변명을 내놓는 데 급급했지만, 여당 의원들조차 “당시는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잘못했다고 말씀하셔야 한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장관을 하겠냐 라는 생각이 들게 해선 안된다(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고 비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문제와 관련 “전교조와 대화를 하면서 위법사항을 해소해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정부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 서울신문 9일자 2면
 
김희정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선주협회 지원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녀온 것과 관련해 “선주협회 지원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안 것은 저의 불찰”이라며 “지원받은 비용은 모두 반환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지난 6년간 부산지역 지방선거 출마자 10명으로부터 8,86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선 “적법하게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관계기관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면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