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지난달 5일 전남 팽폭항 방문을 시작으로 현재 기관보고가 진행 중이지만 진상을 파면 팔수록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2일 해양경찰청 기관보고 과정에서 공개된 해경 상황실 통화 녹취록에는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진 한참 후 언론보도가 나고서야 해경 상황실에 사고 사실을 확인하는 등 초동대처 부실이 드러났다.

변침? 좌초? 제3의 물체 충돌설도…최초 사고 시각은 언제

세월호 침몰원인은 사고 당일부터 각종 음모론까지 제기되며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증·개축으로 인한 복원력 약화와 화물 과적 상황에서 ‘급속한 변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1일 우원식(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 발표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항적도의 진실과 의문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부의 최종 작성한 항적도에는 검찰이 밝힌 사고 시점(8시48분44초)에 세월호는 29초간 10도만 변침한 것으로 나와 ‘급속한 변침’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급속한 변침(199도→213도)은 사고 이후인 8시49분 44~45초 사이에 나타났다.

또 4일 공개된 해경 해상초계기 촬영 영상에서는 세월호 밑바닥이 10m(폭 5m)가량 긁힌 자국이 발견돼 ‘좌초’를 포함한 침몰 원인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같은 날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세월호 급변침 이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레이더 영상에 나타난 의문의 물체에 대해 세월호에서 쏟아진 화물로 추정했지만, 해당 물체가 화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위치도 기울어진 반대(우현) 쪽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출동한 목포해경 123정이 선체에서 탈출하는 이준석 선장을 구조하는 모습. 사진=해경 동영상 갈무리
 
‘구조’보다 ‘인양’을 먼저 추진? 해경·해수부·언딘 유착관계

정확한 사고 시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합수부가 주장하고 있는 사고 시각과 달리 사고 당일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이 작성한 ‘진도해상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와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보고서에는 사고 시점이 오전 8시라고 기록돼 있다.

또한 전남 진도항 상황판에도 사고 시점이 8시20분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진도군청 상황보고서에는 8시25분으로, 국립해양조사원 항행경보에는 ‘8시30분경 여객선 침몰 중’이라고 나와 있어 의문을 키웠다. 앞서 진도 해역 인근에 거주하던 한 어민은 사고 현장에 세월호가 멈춰서 있는 것을 오전 7시30분경에 목격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은 부지기수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청와대(비서실·국가안보실)와 국무총리실, 국정원에 대한 기관보고에서는 △청와대가 최초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은 시점과 방식 △청와대와 국정원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과 내용 △청와대가 사고 이튿날 선체 인양 계획이 담긴 보고서를 해경에 요구한 이유 △국정원과 국무총리실이 사고 초기 좌초 가능성 언급 배경 등 재난 컨트롤타워가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청와대·국정원·총리실의 ‘이상한’ 재난대응…이준석 선장은 왜 해경 수사관 집에

구조도 이뤄지기 전인 사고 다음날 오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와 해경청이 세월호 인양 방법에 대한 논의(핫라인 녹취록)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사고 첫날 해경 수사를 마치고 17일 새벽까지 해경 수사관의 집에 머물렀던 이유와 이들의 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아파트 현관 CCTV가 왜 지워졌는지, 아파트에서 이 선장이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국정원이나 청와대, 청해진해운 관계자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이와 함께 구조 과정 내내 ‘특혜’ 의혹을 받았던 구난업체 언딘마린인더스트리와 해경과의 유착 의혹도 앞으로 추가로 조사해야 할 부분이다. 해수부는 사고 당일 오후 8시30분경 대책회의 문건에서 인양작업과 관련해 구난업체로 언딘과 계약을 언급했으며 다음날인 17일 새벽 김석균 해경청장도 직접 언딘의 현장 투입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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