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지난 6일 돌연 국조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 공방에 휘말려 ‘언론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MBC가 그동안 파업 참가 언론인을 해고하거나 비제작부서로 쫓아내기에 혈안이 됐던 걸 생각하면 치졸한 변명이자 궁색한 핑계다. 법원도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파업의 정당성을 3차례나 인정한 바 있다.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법원 명령을 줄곧 무시했던 MBC가 ‘언론자유’를 운운한 것에 비판 여론은 거셌다.

세월호 침몰사고 국면에서 MBC는 공영방송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MBC는 전원 구조 오보 논란의 당사자일 뿐 아니라 사고 내내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만 받아쓰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에 속수무책이었던 해경이나 청와대의 대응을 지적하는 리포트는 누락되기 일쑤였다. MBC 뉴스를 통해서 사고 현장 소식을 알 수 없었다.

국조특위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보도의 문제점과 ‘전원구조’ 오보 진위를 조사하기 위해 안광한 MBC 사장 등을 기관보고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타당한 부분이 있다. 또 지난 5월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직접 개입했던 사실이 폭로된 만큼 MBC 보도에도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 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조특위 야당 측이 MBC에 경영진 전화 통화 기록, 법인카드 사용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및 보도 과정 일체를 요구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을 뿐더러 MBC 항변대로 “정치권의 사후 검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광한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금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언론사가 정치권 요구에 그 속살을 다 꺼내놓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언론 독립성을 흔드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정치권의 검열’에서 벗어나고자 그토록 지난한 싸움을 벌였다는 걸 상기해 보면 얼마나 무리한 요구였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드는 의문이 있다. 현 정부 여당이 같은 방식으로 JTBC를 압박했다면 야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정권이 바뀌어 새누리당이 MBC에 이런 자료 요구를 했다면 어떠할까? 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전가의 보도처럼 쏟아질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언론자유는 정치권 입장에 따라 이언령비언령식으로 달라지는 가치가 아니다. 정치권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존중할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다. MBC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국조특위 불출석 명분만 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MBC의 한 기자는 “차라리 모든 게 다 공개되는 게 낫겠다 싶다가도 언론자유는 어떻게든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며 “인터넷 접속 기록이나 보고 체계 전반을 요구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 소지가 크다.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이런 요구를 했을 때, 현 야당이 ‘언론자유’를 외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릇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그릇된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요괴 잡겠다고 괴물이 될 필요는 없다. 평소 언론 공정성과 중립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진보‧개혁 성향의 언론사들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받아쓰기에만 열중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잣대는 하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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