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이하 방문진)가 지난 3일 MBC 임원 임금을 8.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MBC 임원의 임금체제는 기본월봉 형태로 지급된다. 신사옥 이전과 월드컵 손해에도 MBC 임원들은 앞으로 매월 월봉 8.5%를 더 받게 된다. 2012년 1월 3.5% 인상한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이날 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들은 여권 추천 이사들의 임금 인상안 일방 처리에 반발해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했지만, 남은 여당 추천 이사 6명은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광동 여권 추천 이사는 4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MBC 임원 임금은 지난 7년 동안 3.5% 안팎으로 오른 게 전부였다”며 “반면 KBS, SBS 임원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가혹하게 참고 버텨달라고 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MBC 직원에게는 지속적으로 보너스를 지급했는데, 임원에게는 지급하지 않거나 반토막 수준으로 지급해 왔다”며 “신사옥 문제로 불가피하게 내년 400억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이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사옥 문제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 임금 인상이 적절했느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특히 MBC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나온 임원의 임금 인상 결정은 시청자 신뢰를 더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초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시청자 신뢰도에서 MBC(11.3%)는 JTBC(13.3%)에 2%P 밀리는 등 MBC는 ‘허울뿐인 공영방송’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최강욱 야권 추천 이사는 4일 “다른 회사 임금이 올라간다고 해서 MBC도 그래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지난 5월 논의에서는 여권 이사 사이에서도 임금 인상 찬반이 엇갈렸다. 눈앞에 닥친 적자 때문에 임원 임금 인상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3일에는 한목소리로 임금 인상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최 이사는 “최소한의 경영 성과를 내든지 아니면 떨어진 MBC 신뢰도를 제고시키든지, 적어도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거나 예견돼야 임금 인상 논의를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금년 경영실적이나 MBC에 대한 평가를 고려해 내년 초에 인상안을 심의해도 되지 않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여권 이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MBC 임원들 잘못을 지적하고 나무라면서 혜택을 주자고 말하면 진정성이라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사회 자리에서 ‘김재철 사장 때부터 어떻게 일관되게 그 사람들 편만 드느냐’ ‘그러니까 그토록 거수기라고 무시당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으나 역시 묵묵부답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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