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MBC 전 부국장이 대전 대덕 7‧30 재보선 경선을 치를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3일 대전 대덕 출마를 선언한 5인(김창수, 박영순, 송용호, 송행수, 최명길) 경선을 확정했다. 최명길 전 부국장은 지난 2일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모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여론과 민주주의가 형성될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최 전 부국장을 영입한 새정치연합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MBC 출신들이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일부 언론은 “새정치연합이 ‘MBC당’이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이런 비판은 적확한 구석이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MBC 기자‧앵커 출신이다. 박광온 대변인도 1984년 MBC에 입사해 오랜 세월 기자 생활을 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MBC 뉴스데스크 메인앵커였으며, 노웅래 사무총장 역시 MBC 기자 출신으로 노조위원장까지 맡은 바 있다. 

재선에 성공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08년 MBC 사장 임기를 끝마친 뒤 한 달도 채 못 돼 새정치연합 전신 민주당 비례대표 신청을 해 의원직을 꿰찼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MBC 앵커 출신이다. 현재 박 원내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수 실장도 올 2월까지 목포 MBC 사장을 역임한 뒤 정년 퇴직 후 지난 5월 박 원내대표와 손을 잡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3일 “MBC에서 비판적 언론인이 존립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자 MBC 출신이 점차 새정치연합 쪽으로 오게 된 것 같다”며 “새정치연합 역시 좋은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기자들을 영입하게 됐고, 최명길 부국장도 그런 과정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언론사 사람들이 새정치에 모여 있다는 비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선출직으로 국회로 오는 이들은 청와대로 직행하는 인사와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비판적 언론인들이 제 갈 길을 갈 수 없게 하는 한국 언론 환경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MBC 내부 반응은 냉담하다. MBC 한 기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MBC가 언론노조 MBC본부를 공격할 때 주로 쓰는 논리는 민주노총 산하, 새정치연합 정파 노조라는 낙인찍기”라며 “최명길 부국장을 포함해 MBC언론인 출신이 곧바로 새정치연합으로 가게 되면 이런 어불성설 논리를 강화시켜주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최명길 부국장은 MBC 사태와 관련해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적이 없으며 여권 인맥을 통해 사장직만을 노렸던 사람”이라며 “왔다갔다하며 정체성도 불분명한 사람을 새정치연합이 어떤 생각으로 밀어주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인이 언론과 정치 사이 금도를 스스로 허무는 것에 대한 언론계 학자와 시민단체 비판도 거세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야당으로 가는 것은 괜찮고, 여당으로 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식 이중잣대는 큰 문제”라며 “워치독(watch dog)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주요 간부가 정치 집단으로부터 곧바로 공천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불공정보도를 해왔다는 것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진정한 저널리스트라면 감히 정치권에서 공천권을 줄 수 있겠느냐”며 “유예기간도 없이 권력 밑으로 들어가서 자기 인맥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정치권이 언론인을 차출하는 것을 전적으로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뽑을 거라면 언론인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새정치연합에 MBC 출신이 유독 많은 것이 새정치연합에 의문부호를 떼지 못한 유권자에게 진정성 있게 비추어질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청와대 역시 주요 직책을 언론인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는 2일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에 천영식 문화일보 전국부장을 내정했다. 뉴미디어비서관에는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모두 ‘여권 편향’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인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KBS 보도국 문화부장으로 있다가 부리나케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고,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YTN 시절 내내 ‘여권 편향’ 논란에 휩싸였지만 지난달 홍보수석 자리를 꿰찼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에 있다가 그대로 권력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한국 사회 큰 문제”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언론 전문성을 발휘하겠다는 취지로 정치를 하는 것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나, 작금 정치권이나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현상은 자기 영향력으로 권력을 비호하겠다는 그릇된 생각이 주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