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VIP(대통령) 발언’ 왜곡 논란으로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파행을 겪다 가까스로 재개됐다. 이날 김 의원이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상황실 간 핫라인(유선전화) 녹취록을 왜곡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새누리당의 반발로 국정조사가 한때 중단됐다.

실제 김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녹취록 전문을 살펴본 결과 김 의원이 주장했던 “VIP가 그걸(영상중계화면) 제일 좋아하고 그게 제일 중요하니깐 그것부터 하라고 끊임없이 말한다”는 내용은 없다.

김 의원이 인용한 녹취록은 청와대 관계자와 해경 상황실장이 세월호 침몰 시점인 지난 4월16일 오전 10시32분에 통화한 부분이다. 녹취록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VIP가 지금 추가 구조인원 업데이트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해경에게 다이렉트로 전화해서 실시간으로 보고하라고 하라”고 하자 해경 상황실장이 “알았다. 현장에 요청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청와대가 해경에 구조 인원 번복 보고를 지적하며 청와대로 직접 구조 진행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김 의원이 오해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날 김 의원의 질의 취지는 청와대가 세월호 탑승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야 하는 ‘골든타임’에 해경에게 끊임없이 영상중계 화면과 사진 송출을 요구하며 초기 구조작업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 3일 MBC <뉴스투데이> 갈무리
 
사고 당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9시20분경 해경 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10시50분까지 90분 동안 사고현장 영상을 요구하는 전화만 8번 했다.

핫라인 녹취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해경에서 현지 영상을 직접 보내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으로도 어렵다고 하자 “여기 지금 VIP 보고 때문에 그런데 모바일 영상으로 받은 거 핸드폰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9시39분)며 전화번호를 불러주는가 하면, “자료영상 사진 한 장이라도 빨리 보내 달라”(10시9분), “함정 도착하면 지시해서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해라”(10시25분), “외부 송출 못 하면 찍어서 카톡으로 보낼 수 있지 않느냐”(10시32분)는 등 영상을 보내달라고 계속 재촉했다.

또한 해당 녹취록에는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발언은 없지만 해경이 생존자 숫자를 처음엔 370명이라고 했다가 오후 2시24분 166명이라고 정정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아까는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께 바로 보고했거든. 우리처럼 해경청에서 보고를 받고나서 언론 발표를 했을 거 아니에요. 368명으로 거기도 완전 잘못 브리핑 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라고 말한다. 3일 현재까지 확인된 세월호 승선 인원은 476명, 사망 293명, 실종 11명, 구조 172명이다.

이처럼 해경이 구조자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초동대응에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10분에 1번꼴로 사고현장 영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한 여객선 침몰사고에서 승객의 안위보다는 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과 사진이 필요했던 청와대에게 국민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녹취록상 복수의 인물이 전화를 걸어 영상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다음 주로 예정된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이런 행위에 대한 부적절함을 반드시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국회 국정조사를 방청했던 안산 단원고 희생자 고 박수현군(18)의 아버지 박종대씨도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의원이 사실과 반하는 부분에 대해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했고 그것 가지고 파행까지 갈 조건은 아니었는데 파행까지 간 것이 안타깝다”며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의 항의가 계속해서 길어지자 유족들이 ‘시간이 아까우니 그만하고 국정조사를 진행하자’고 강력하게 항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 의원이 ‘당신은 뭐야’, ‘유족은 가만히 있어’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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