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해경상황실과 청와대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며 세월호 침몰사고의 참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녹취록은 해경의 초동대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거였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이날 보도는 양과 질 모두 JTBC에 미치지 못했다.

KBS와 SBS는 녹취록 관련 소식을 각각 2꼭지씩 보도했고, MBC는 고작 1꼭지 보도했다. 반면 JTBC는 9꼭지를 할애했다. 사고 당일의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녹취록의 보도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지상파들은 월드컵에 녹취 보도와 동일한 비중(KBS 2꼭지, MBC 2꼭지, SBS 3꼭지)을 두는 등 사안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경 못지않게 사고에 속수무책이었던 청와대를 겨냥하는 리포트는 없었다.

KBS ‘뉴스9’은 톱뉴스 <청와대에도 ‘370명 구조’ 엉터리 보고>에서 “3백70명이 구조됐다고 잘못 알려진 건 해경이 청와대에 엉터리로 보고했기 때문”이라며 “선체 진입이 가능한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지만, 해경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한 사실도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2번째 뉴스 <“해경 헬기 의전에 동원” 의혹 제기>(2번째)에서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투입할 헬기를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을 위한 의전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의전에만 급급했던 해경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 지상파 3사 2일자 보도. (사진 =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KBS, MBC, SBS)
 

SBS ‘8뉴스’는 톱뉴스 <해경, 청와대 첫 보고부터 엉터리였다>에서 사고 당일 오전 9시 30분경, 10시 20분경, 오후 1시 16분경, 2시 36분경의 청와대와 해경상황실 통화 녹취를 보도했다. 두 번째 꼭지 <또 확인된 ‘0’점 대응…구조 뒷전, 의전 과잉>에서는 중앙119구조본부와 해경 통화의 녹취를 보도하며 사고 당시 구조에 어물쩍대던 해경을 비판했다.

MBC 보도는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부실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두 번째 꼭지 <‘왜곡 발언’ 논란 국정조사 파행>에서 해경이 생존자를 370명이라고 보고했던 오후 1시 16분경 교신을 전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교신보다 국조특위 파행의 빌미가 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MBC 보도 행태가 이날도 가감없이 드러났다.

반면 JTBC는 해경뿐 아니라 초기 상황 판단에 실패한 청와대의 무능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이날 JTBC ‘뉴스9’은 녹취 소식에 9꼭지를 할애했다.

톱뉴스 <청와대-해경 녹취록…컨트롤타워는 없었다>를 시작으로, <“구조하고 있나” “지켜보고 있다”>, <어이없는 대화의 연속…헛웃음까지>, <‘보고용 영상’에 급급했던 청와대>,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아니라더니…>, <5시간 넘도록 3백여명 실종 몰랐다>, <해경차장 반복해서 “언딘…언딘…”>, <“일단 흉내라도 내고…” 눈가림 지시>, <구조 의지도 인원 파악도 미흡…화 키운 청와대‧해경>까지 연이어 녹취 내용을 보도했다.

   
▲ JTBC ‘뉴스9’ 2일자 보도 (사진=JTBC)
 
JTBC가 지상파 3사와 달랐던 점은 사고에 속수무책이었던 청와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었다. 톱뉴스에서는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에 객실, 엔진실 등을 포함해서 철저히 확인해가지고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 등 황당한 지시만 내리기 바빴던 청와대를 비판했다.

3번째 꼭지 <어이없는 대화의 연속…헛웃음까지>에서는 청와대와 해경의 어이없는 대화 도중 해경의 헛웃음 소리가 들리는 부분을 포착해 보도했고, 이어지는 꼭지 <‘보고용 영상’에 급급했던 청와대>에서는 ‘VIP(대통령)’ 보고에만 혈안이 된 청와대를 꼬집었다.

5번째 꼭지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아니라더니…>에서는,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던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되짚으며,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려 했던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후에도 JTBC는 <해경차장 반복해서 “언딘…언딘…”>, <“일단 흉내라도 내고…” 눈가림 지시>를 통해 구난업체 ‘언딘’만 되뇌던 해경 차장의 목소리, 언론 탓을 하며 구조 흉내내기 급급했던 당시 해경과 청와대의 대화 등을 리포트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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