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후보에 올랐던 최명길 전 MBC 인천총국 부국장이 대전 대덕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과 관련, MBC 내부에선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론인 출신이 부리나케 정치권으로 뛰어든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다.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 대전 대덕 후보로 최 전 부국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 전 부국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야권의) 오랜 요청이 있었고, 줄곧 사양하다가 장고 끝에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전 부국장은 “불편부당한 방송을 만들고 싶어 과거 MBC 사장직에 도전을 했었다”며 “많은 선후배가 기대를 갖고 응원과 지원을 했음에도 결국 그렇지 않은 쪽으로 사장이 선임됐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의 자체 모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여론과 민주주의가 형성될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고 전했다.

최 전 부국장은 “그러나 방송사에 남아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한 쪽 편을 드는 방송이 아닌, 누구나 편안하게 믿고 볼 수 있는 방송 환경을 만들고 싶었지만 현실적 한계와 벽을 느꼈다. 고민을 하던 찰나 고향에 재보선이 있었고, 이에 대한 (야권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 최명길 전 MBC 부국장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MBC 내부에선 최 전 부국장의 출마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MBC의 한 기자는 2일 “부장급 간부들은 냉소를 보이고 있다”며 “공정방송 운운하더니 결국 정치권으로 갔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앞으로 할 말이 없게 됐다. 김재철 인사라고 분류되지 않던, 그나마 상식적이라고 평가받던 최 부국장이 시차도 없이 정치권으로 가 버리면, 공정방송과 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투쟁한 후배들 입장은 뭐가 되겠느냐”며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진 것 같다. 언론인 스스로 금도를 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요 직책이 MBC 출신들로 채워진 상황에서 다시 MBC 출신을 전략공천한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MBC 기자는 “민주당이 앞으로 언론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해 할 말이 있을까 궁금하다”며 “과거 최문순 사장이 민주당 비례대표로 가는 바람에 MBC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MBC는 진영논리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광온 대변인, 신경민 최고위원, 노웅래 사무총장 모두 MBC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정동영 상임고문도 MBC 기자 출신이다. 현재 박 원내대표의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성수 실장 역시 지난 2월까지 목포 MBC 사장이었다.

한편, 최명길 전 부국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방송기자 직군으로 입사했지만 보도국을 떠난 지 한참 됐다”며 “현직 부장이 청와대로 간 것과 동일한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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