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습권 침해’도 다 같은 학습권 침해가 아니다. 똑같은 침해더라도 한쪽은 미안해하고 한쪽은 뻔뻔스럽다. 얼굴 두꺼움의 차이인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가?

최근 조퇴투쟁에 나선 전교조 소속 교사와 ‘반띵’수업을 벌인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평일 학생들을 놔두고 1박2일 제주도 나들이에 나설 한국교총 소속 교장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심판관을 자처한 대한민국 교육부와 언론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반띵수업 교육수장 후보자’와 ‘교총 교장들의 나들이’에 대하여

지난달 27일 전교조 교사 1500여 명은 이른바 ‘조퇴투쟁’을 벌였다. 박근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 ‘노조가 아님’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오전 수업만 한 채 조퇴를 내고 서울역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같은 과목 동료교사한테 수업을 대신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이는 미리 수업을 당겨 진행한 뒤 조퇴결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내가 알기론 상당수의 교사는 서울로 모여들면서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동료교사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15살의 합법 전교조가 죽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조퇴투쟁의 동력이었다. 2006년 이후 8년 만에 이렇게 했다.

심판관으로 나선 교육부는 사상 최초로 ‘업무방해’ 카드를 빼 들었다. 학교의 업무인 수업을 방해하고, 학생 학습권을 침해했으니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중동도 교육부 행동에 손뼉을 치고 나섰다.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에 필요한 건 법의 엄정함이며, 더 이상 학생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6월28일자 중앙일보 사설)라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눈빛 찬란하게도 ‘학습권 침해’ 카드를 빼 든 교육부여. 그대들은 ‘남 눈에 티는 보면서 제 눈에 들보’는 못 보고 있다는 걸 아시는가? 먼저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에 대해 살펴보자. 김 후보자의 ‘반띵 수업’은 교원대 학생들 사이에선 전설로 회자된다고 한다. 그는 올해 1학기만 해도 오후 6시에 시작해 9시에 끝나는 3시간짜리 수업을 ‘반 토막’ 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규강의 시작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7시에 강의를 시작하고 30분 먼저 끝냈다는 것이다.

종강일 또한 지난 5월 28일이었다. 애초 교육과정보다 2주일을 앞당겨 강의실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청문회 준비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얘기다. 위 내용은 교원대 대학원에서 김 교수의 올해 강의를 들은 대학원생에게 직접 들은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박홍근 의원이 지난 6월 30일 내놓은 교육부의 교원대 감사결과 처분서를 보면 김 후보자는 보강을 하지 않아 ‘주의’ 처분을 받았다. 2006년과 2007년에 벌어진 강의 ‘빼먹기’가 들통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력이 있는 김 후보자는 올해 1학기 진행한 그 문제의 ‘반 토막’ 수업 강좌에서도 어김없이 결강 신공을 발휘했다. 4월과 5월 각각 한 차례씩 수업 빼먹기에 나선 것이다. 물론 “보강수업은 없었다”는 게 강의를 직접 들은 학생의 전언이다.

이쯤 되면 김 후보자가 벌인 학생 학습권 침해는 밥 먹듯 벌인 일상적 행위였다. 이런 이가 교육수장이 돼서 8년 만에 벌인 전교조의 조퇴투쟁에 대해 징계 칼날을 들이대는 모습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학습권 침해’라는 저들의 뻔뻔한 칼춤

교육부가 협조 공문을 보내준 한국중등교장협의회(중등교장협)의 제주도 집회는 또 어떤가? 중등교장협은 이름만 그럴듯할 뿐 교육부의 공식 단체가 아니다. 교육계 보수 아이콘인 한국교총 소속 임의단체일 뿐이다. 이 단체는 여름방학을 코앞에 둔 오는 24일부터 1박2일간 제주도에서 행사를 감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연수집회’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자체 총회를 벌이고 자신들과 교총의 요구를 담은 결의문까지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참가예정자는 3000명이다. 항공비와 숙박비 12억 원은 모두 학교운영비, 다시 말해 국민 혈세로 충당할 예정이다. 학교운영비를 출장비 형태로 빼내는 데는 교육부 공문이 신공을 발휘하게 된다.

이번 교총 교장들의 제주 집회는 세월호 참사나 혈세 낭비 이런 문제를 다 제쳐두더라도, 엄연한 ‘학생 학습권 침해’다. 행사일인 7월 24일과 25일은 전국 중고교의 여름방학식이 몰려 있는 때다. 그런데 학생 안전의 최고 책임자인 이들 교장들은 방학식 훈화교육을 내팽개치고 제주 집회를 선택했다. 학생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한국교총 집회가 우선인 본말전도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교육부의 후원을 받아 국민혈세로 벌이는 잔치는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

   
▲ 윤근혁 교육희망 디지털신문국장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고승덕 후보는 선거 전날 다음처럼 울부짖었다. “딸아! 미안하다아~”.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고 후보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여겼다. 셈속이 깔린 이벤트 수준의 행동으로 판단한 셈이다.

지금 교육부와 조중동은 학생 학습권 수호를 외치면서 울부짖는 형국이다. 학생들을 위해 전교조라는 ‘학습권 침해 집단’을 눈 딱 감고 베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권이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전교조를 겨냥해 칼을 빼들고 나선 교육부는 아마 모를 것이다. 자신들의 행적에 비춰봤을 때 이런 칼춤이 얼마나 뻔뻔한 짓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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