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매각하기로 결정하자 역사단체들이 ‘특혜 매각’을 즉각 취소하라며 부지 매각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역사정의실천연대는 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연 서울시의 박정희기념관 부지 매각 반대와 공개토론 제안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진행하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 매각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서울시는 매각 결정에 이르기까지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시의회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시의 방침대로 매각이 된다면 2001년 당초 협약상의 기부채납 약속이 이행되지 않음은 물론 주민들을 위한 공공도서관 등 공익적 기능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야말로 박정희 신격화의 본산으로 자리 잡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적 화해’ 차원에서 박정희기념관 건립 지원을 약속했고, 2001년 서울시와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는 기념관이 완성되면 시설 일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11년 11월 박정희기념·도서관이 준공된 뒤 이듬해 2월 재단은 서울시에 기부채납을 신청했다.

   
▲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사진=조윤호 기자
 
하지만 서울시는 이 기념관에 대해 시 명의로 기부채납 받는 소유권 이전 등기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재단 측에서 5년(갱신 시 10년)마다 심사를 거쳐 사용권을 인정받도록 규정한 서울시도시공원조례에 대해 부담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협약 체결 당시와 현재 조례가 많이 바뀌어 협약서상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게 아닌 심사 절차와 관련해 협의하다 보니 재단 측에서 운영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부지 매입 의사를 보였다”면서 “해당 부지는 미준공된 택지개발지구 부지여서 일반적 공유재산법 적용을 안 받아 시 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서울시 내부적으로 판단해 무상사용 특혜 논란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이 같은 서울시의 결정을 비난했다. 재단의 협약서 의무 불이행과 운영 부실로 운영권을 박탈해도 시원찮을 판에 되레 시민의 소중한 땅마저 기념재단에 팔아넘겨 마음껏 활동할 특혜를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합법적으로 시 의회에서 통과된 조례에 의해 행정절차를 이행하면 되는데 재단에서 불편해한다고 기념관의 공공적 운영을 강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푼 것은 특혜나 다름없다”며 “매각 후 사유재산이 되면 기념관 안에다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는 식의 역사를 왜곡하는 전시물을 설치해도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이 박정희 프레임에서 벗어나고픈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면 시 의회에서 공개토론 절차를 거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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