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 프로그램 이 1000회를 맞았다. MBC는 지난 1일 ‘대한민국 중산층, 52세 그 후’편을 방송했다. 1000회 특집 3부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다. 1000회를 앞두고 MBC는 “은 ‘PD저널리즘’이라는 영역을 개척해 가며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정직한 목격자’가 되고자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등에 대해 성역을 두지 않고 한 자리를 지켜왔다”며 지난 24년을 자평했다. 그러나 ‘정직한 목격자’ 이 주는 울림은 과거와 같지 않다.

은 말 그대로 성역이 없었다. 금력과 정치권력을 철저하게 해부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 검찰과 자본의 끈끈한 유착, 무모했던 MB의 4대강 사업. 은 한국사회의 곯아 버린 폐부에 카메라를 가장 깊숙이 들이민 방송으로 평가 받았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등을 연출한 최승호 PD는 30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PD 저널리즘의 요체는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PD수첩은 실력이 모자라 방송을 못할 수 있어도 외압에 굴복해서 방송을 못했던 적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 PD수첩 1000회 특집 3부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사진 = MBC)
 

노사 단체협약 하나였던 ‘국장책임제’는 외압을 막는 방패였다. 이 제도 아래서
제작진들은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제작 독립성은 결과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지원했던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의혹 제기가 대표적 사례였다.

최 PD는 “첫 제보자 류영준 씨가 한국사회에서 (황우석 사건의) 제보를 받아줄 곳이 있는가를 고민하다 PD수첩에 제보를 했고 6개월 취재 끝에 방송을 하게 됐다”며 “방송으로 인해 MBC가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지만 구성원의 노력으로 방송의 독립성은 지켜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본연의 기치를 더욱 드높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긴급 취재 천안함 침몰’편, ‘검사와 스폰서’편,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등을 연달아 보도했다. 시청률도 자연 뒤따랐다. 2010년 1월 5일부터 2011년 5월 17일까지 시청률 전문조사기관 AGB닐슨 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긴급 취재 천안함 침몰’편(13.1%),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12.7%), ‘검사와 스폰서 1’편(12.3%) 순으로 시청률이 높았다. PD저널리즘에 시청자도 호응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2010년 8월 김재철 사장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사전 시사는 ‘본격 탄압사(史)’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2011년 연임에 성공한 김 사장은 최승호, 한학수, 이우환 PD 등을 제작 일선에서 배제했다. ‘소망교회’ ‘무릎기도 논란’ 등 MB 비판 아이템은 불방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지적하는 방영분은 가위질 당했다. 정부에 불리한 방송은 방영될 수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을 제작한 조능희 PD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바꾸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MB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비판을 억누르기 급급했다”며 “MBC든 정치권력이든 언론의 견제와 감시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태도다. 궁극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2012년 7월 정재홍 메인작가를 포함한 작가 6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을 옹호했다는 이유였다. 해고된 작가 가운데 일부가 재투입되기도 했지만 파업에 참가한 PD와 기존 작가의 빈자리는 시용PD와 대체작가로 채워졌다. 작가와 연출의 유기적 호흡은 위기를 맞았다. 최 PD는 “PD수첩은 혼자서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연출이 팀을 이뤄 움직였다”며 “이런 시스템을 바탕으로 단기간 동안 민감한 이슈의 총체적인 부분을 다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은 쓸쓸한 1000회를 맞이했다. 과거 5년 단위 혹은 100회 단위로 특집을 하며 외부에 적극 홍보하는 모습은 이번 특집에선 찾을 수 없었다. MBC의 한 PD는 “듣기로는 PD수첩 분위기가 한창 갈등이 있었던 때와 달리, 데스크와 제작진 사이에 조금은 원활한 소통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라며 “이제는 민감한 정치 아이템을 다뤄 봐도 괜찮지 않냐는 제작진들의 의견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제 나름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을 ‘몰락’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어렵다. 여전히 을 찾는 시청자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비리와 불륜 의혹을 담은 ‘목사님, 진실은 무엇입니까?’편이나 강남 성형외과 비리를 다룬 ‘환자인가? 상품인가?-성형공장의 비밀’편 등은 동시간대 방송된 KBS, SBS 예능을 제치고 시청률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앞서 말한 PD는 “최근 PD수첩이 제 기능을 했다고 평가하는 건 무리지만 프로그램 자체 완성도에서 작년보다 나아졌다는 MBC 내부 평가는 있다”며 “향후 PD수첩 제작진들의 소통과 의지에 따라 점차 개선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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