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대규모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집회시위·표현의 자유 탄압 사례 발표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열렸던 각종 추모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시민이 320여 명에 달하고 일부는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 수감까지 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날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인 용혜인씨(25)는 연행된 시민들이 경찰서와 유치장 안에서 겪었던 인권침해에 대해 신랄하게 고발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가 연행된 여성들에게 속옷 탈의를 요구해 결국 동대문서 서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용씨는 “동대문서는 ‘속옷 탈의를 요구한 경찰관이 두 달 정도밖에 안 돼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신참 여경에게 책임을 돌렸지만, 같은 경찰서에 있었던 연행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속옷을 탈의하게 하라는 수칙 내용이 벽에 붙어있었던 데다가 남성 경찰관들도 탈의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다”며 “나이가 어린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폭언 역시 버젓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박근혜 정부의 집회시위·표현의 자유 탄압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날 용씨가 밝힌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성동경찰서의 경우 연행된 여성들이 수치심을 이유로 유치장 안의 개방형 화장실 대신 밖의 밀폐형 화장실을 요구했다가 경찰에게 “X까고 있네”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해당 욕설을 들은 당사자인 김세정씨(22·여)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유치장 안에 있는 간이 화장실은 자살 방지를 위한다는 이유로 문고리도 없이 윗부분이 뚫려 있어 사람이 쓰기엔 수치스러운 점이 많아 유치장 밖 여자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요구했는데 박아무개 경위가 욕설을 하면서 거부했다”며 “19일 새벽에 들어가 아침에 여경이 출근한 후에도 여자 화장실을 못 쓰게 해 결국 점심때 조사를 받으면서 밖의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동서는 지난달 21일 해명자료를 내어 “유치장의 설치 목적과 기능에 비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유치장 내부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며 “경찰관이 욕설을 했다는 객관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CCTV 화면 내용과 일반 유치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한 끝에 경찰관이 욕설을 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해당 사건을 포함한 인권침해 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가 접수돼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경찰에 연행된 시민들은 며칠씩 유치장에 수용돼 있으면서도 제대로 씻지도 못하거나 속옷을 갈아입는 것조차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경찰서 등에서는 연행자들이 샤워실 이용을 요구하자 ‘열흘 동안 있는 사람도 (샤워실을) 안 쓰고 있는데 너희가 쓰면 이상하지 않느냐’ 등의 말로 거절했다. 게다가 샤워실이 있으면서도 없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했으나 찬물로라도 씻겠다고 샤워실에 들어갔더니 뜨거운 물이 나왔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양천경찰서는 연행자의 지인이 가져온 속옷을 갈아입겠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검사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돌려보냈다. 용씨는 “진압과정에서 여성들이 남자 경찰관들에게 제압되거나 신체 특정부위가 만져지는 등의 상황을 겪어야 했고, 심하게 저항하지 않았는데 사지가 들려 속옷이 노출되는 등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례가 속출했다”며 “조사를 받으면서 연행 당시 서너 명의 남성 경찰관이 자신을 연행하려고 한 상황과 ‘만지지 말라’고 요구한 상황에 대해 진술하자 수사관이 ‘그럼 연행하는데 안 만지냐’며 조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량희 인권단체 연석회의 공권력 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안전이나 인권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고려하는 게 아니라 제한이나 통제를 우선시해 최근 매번 집회에서 1회 이상 구급차가 출동하고 있고,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쳐도 어떤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심지어 구급차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경찰이 도로를 막고 있어 지연되기도 해, 세월호 참사에서 경찰과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가장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는데 사람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지막지한 진압으로 부상이 비일비재하고 부상 상태로 연행이나 구금이 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적용의 문제점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찰의 해산 명령은 실제 폭력의 위험이 있을 때만 내릴 수 있어 평화로운 집회에 해산명령을 할 경우 이에 불응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며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내리는 것 자체가 집시법의 집회방해죄로 고발당할 사안이므로 평화로운 집회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리는 경찰이 있다면 민·형사상 손해배상과 고발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웅 변호사 또한 “집시법 위반에 일반교통방해죄 위반을 적용하는 것은 집시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규범의 합목적적 적용의 원칙에 비춰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처럼 집시법도 집회를 허용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이 돼야지 제한하고 금지·처벌하는 법이 되면 그 자체로 위헌이므로 지금의 집시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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