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60여 년 전 미국 항공기 사고를 2014년 발생 사건으로 둔갑시키는 ‘대형오보’를 냈다. 1951년 항공기 실종 사건의 보도를 자사 사이트에 전재한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연합이 있는 그대로 받아쓴 결과였다.  

연합은 26일 <39명 탄 미국 팬암 여객기 라이베리아서 실종> 제하의 기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승객 39명을 태우고 뉴욕으로 향하던 미국 팬암 항공사 여객기가 라이베리아에서 실종됐다고 현지 언론 뉴데모크랏이 26일 보도했다”며 “보도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지난 24일 라이베리아의 찌는 듯한 정글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합은 “팬암 항공기는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근처 로버츠 국제공항을 통과한 후 무선 교신이 끊겼다”며 “항공기는 격렬한 폭풍우를 만나 이날 오전 3시 30분(현지시간)에 ‘15분 내로 몬로비아에 착륙하기 위해 돌아갈 것’이라고 교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연합은 “영국과 프랑스 비행기들이 비가 내린 정글 지역과 바위가 많은 크루족 지역, 아이보리코스트 해안을 수색하고 있으나 실종 항공기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26일자 <39명 탄 미국 팬암 여객기 라이베리아서 실종>
 

그러나 연합이 설명하는 이 사고는 1951년 6월 22일에 발생한 미국 ‘팬암 항공기 151’의 충돌사고다. 뉴욕으로 향하던 이 비행기는 해발 320m 상공에서 라이베리아에 위치한 한 야산과 충돌했고 승객과 31명과 승무원 9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1991년 팬암 항공사는 파산했다.

연합이 이 뉴스를 속보로 전하자 KBS, 노컷뉴스, 아시아경제 등 다수 언론사가 무차별적으로 이를 ‘받아쓰기’ 시작했다. 연합은 “26일 오후 5시 35분 송고한 연합 번호 AH-0983 H1-0983 AG-1059 G1-1059 ‘39명 탄 미국 팬암 여객기 라이베리아서 실종’ 제하의 기사는 잘못 송고된 것이기에 전문 취소한다”고 26일 밝혔다. 이후 팬암 항공기 실종사고 관련 기사는 모두 삭제됐다.


권정상 연합뉴스 국제뉴스2부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경위를 알아보니 26일자 연합 보도는 남아공 특파원이 아프리카 사이트 ‘올아프리카’(allafrica)에 올라온 뉴스를 보고 쓴 기사였다. 현재 올아프리카도 해당 기사를 내린 상태”라며 “올아프리카에 올라온 기사는 ‘고센 뉴스’(Goshen News)가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면서 날짜만 ‘yesterday’라고 수정했다. 그래도 (특파원이) 추가 확인은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 미국 지역 언론 goshennews (사진 = goshennews 화면)
 

미국의 지역 언론인 고센뉴스는 22일 <과거 그 시절: 뉴 데모크랏, 1951년 6월 22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 미국 팬암 항공기의 실종 소식을 전한 언론이었던 ‘뉴 데모크랏’의 기사를 전재한 바 있다. 26일자 연합의 오보는 이 기사 받아쓰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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