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단단히 뿔났다. 자사 출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전격 사퇴하자 중앙일보는 25일자 지면에서 KBS를 두고 “중대 범죄” “개조대상”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에 KBS 보도 심의에 대한 가이드 라인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언론계에서는 “KBS 사장 선임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은 2면 <“국민 눈‧귀 속인 중대 범죄…KBS는 개조 대상”>에서 문 후보자 망언 논란의 시발점이 된 KBS ‘뉴스9’ 보도에 대한 보수 인사들의 비난을 모아 정리했다. 중앙은 “KBS보도가 왜곡보도이자 폭로 저널리즘이란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 국정감사에서 KBS 보도를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 정치권 인사들의 말을 빌려 KBS에 서슴없이 노영방송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 기사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공영방송인 KBS가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는 방송이 되지 않는 길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며 “국가 대개조라는 사명에서 KBS 역시 대개조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수신료를 받아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건 중대한 범죄”라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KBS는 현재 노조가 장악한 노영(勞營)방송이며 정치화된 민주노총에 소속된 방송노조가 장악한 KBS는 방송의 중립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25일자 2면
 
중앙은 또 1면 하단에 위치한 에서 논란이 된 2011년 문 후보자 설교 영상과 관련,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함께 늘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에서 한 강연’이라는 해명의 의미는 전달되지 않은 채 친일 사관 의혹만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문 후보의 민족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의 맥락을 보면 문 후보자가 비판하는 대상은 우리 민족이 아닌 지배층의 수탈에 맞춰져 있다”며 적극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에 대한 비판은 사설에서도 계속됐다. 중앙은 사설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후보자의 역사관을 정확히 알려면 교회 강연 전체를 보고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게 필수”라며 “그런데 정치권·언론·시민단체·종교계의 상당수가 이런 노력을 외면했다. KBS 보도를 비롯해 ‘사실의 왜곡’이 만연한데 편의적 또는 의도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중앙은 “한국 사회는 이미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잘못된 보도에 의존하는 집단적 반(反)지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험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이를 반복했다. 진실의 기둥을 잡고 반듯하게 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이 가장 적극적인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25일 KBS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조선은 사설 <문창극 파동이 남긴 것>에서 “KBS의 보도를 계기로 문 후보자는 ‘친일(親日) 반(反) 민족’으로 몰렸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 누가 무슨 득을 보겠다고 친일‧반민족의 편에 서겠는가”라며 “문 후보가 강연에서 부정적이고 수치스러운 역사를 언급한 것은 그것을 딛고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운 역사로 이어졌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조선은 “언론사엔 줄이고 압축해 보도할 수 있는 편집권이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비틀고 왜곡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 정파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고 마치 적(敵)을 공격하듯 함부로 매도하고 낙인(烙印) 찍은 다음에 제 귀는 닫아버리는 풍토를 그대로 두고는 국가 개조는 공염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더 나아가 엄격한 심의를 요구하며 방심위를 압박했다. 동아는 사설 <공영방송 KBS의 문창극 보도 “언론본분 망각했다”>에서 “방송심의규정 제9조는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아야 하며 편집 기술을 이용해 사실을 오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KBS는 문 전 후보자의 말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고 ‘방송 의도’에 맞는 것만 골라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동아는 “KBS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방송과 관련해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정성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와 함께 KBS의 적폐를 바로잡는 개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국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앙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이 ‘KBS 때리기’ 총공세에 나선 것은 KBS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짙다”며 “현재 KBS에 대한 반발은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에 호응하여 방심위는 KBS 보도를 제재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국장은 “결국 보수언론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에 ‘KBS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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