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전격 사퇴했지만 중앙일보는 사퇴 직전인 23일과 24일치에서 연이어 KBS 보도를 비판하며 자사 주필이었던 ‘문창극 살리기’에 공력을 쏟았다. 후보 지명 당시부터 “정통파 언론인”이라며 문 후보를 치켜세우던 중앙은 지난 20일 MBC <문창극 대담>을 기점으로 문 후보자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는 논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앙은 24일치 4면과 5면을 털어 문 후보자의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보수 인사들의 여론을 최대치로 끌어모았다. 4면에서 “총리 후보자가 정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는 불교계 원로 월주(79) 스님을 인터뷰한 중앙일보는 5면 <“청문회 꼭 해야”…김태호‧남경필‧홍문종‧이한구 가세>에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 망언 논란으로 분열된 보수층을 결집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다.

이날 사설 에서는 “지난 11일의 KBS 메인뉴스 보도를 정파적 입장을 떠나 저널리즘 기본원칙에 따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며 “총리 후보자라는 명백한 공인의 자질을 검증했다는 KBS의 보도 명분 자체는 흠잡을 수 없다. 하지만 사실을 처리·검증하는 과정·방법이 진실 추구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 전 후보자 망언을 단독보도한 KBS에 대한 비판이었다.

중앙은 “한 시간가량의 동영상을 수 분으로 짜깁기해 내보냈다. 문 후보자는 총리로 적절치 않다는 주관적 ‘틀 잡기’ 방식을 주로 동원했다”며 “강연 맥락과 문 후보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다. 강연 내용을 집중분석·탐사보도하지 않고 허겁지겁 내보낸 것도 성숙한 언론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중앙은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9조(공정성), 14조(객관성), 20조(명예훼손 금지)에 따라 KBS 보도를 심의해야 한다”며 “KBS는 외부 제재 논의에 앞서 스스로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총리후보자 사퇴기자회견 도중 문창극 후보자가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문 후보자 지명 직후인 지난 11일, 중앙은 대다수 언론이 비판했던 ‘문창극 칼럼’을 인용하며 되레 “문 후보자의 철학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건강한 자유시장경제의 확립, 확고한 안보, 원칙론에 입각한 대북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적극 두둔했다. 이어서 중앙은 “(문 후보자가) 권력을 가진 취재원들에게도 쓴 소리를 자주 해 박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며 문 후보자 ‘자질론’을 진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동안 문 후보자 망언 논란과 과거 칼럼을 두둔하는 데 그쳤던 중앙은, 20일 기점으로 “청문회 요구”를 거듭 주장한다. 20일은 MBC <문창극 대담>이 긴급 편성된 날이다. MBC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창극 후보자 자격논란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긴급대담 문창국 총리 후보자 논란’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MBC <문창극 대담>은 2011년 온누리교회 강연 동영상을 40여 분 동안 공개하며 패널들의 동시 토론을 진행했다.

MBC의 바통을 이어받은 중앙은 23일자 6면 <문 후보 교회 강연 43분 방송 뒤 “청문회 열자” 확산>과 7면 <“KBS 왜곡보도로 중요 사안 잘못 결정해선 안 된다”>에서 KBS 보도를 ‘거두절미식 왜곡보도’라고 폄하했고, MBC가 문 후보 관련 긴급대담을 편성한 뒤부터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 “MBC는 20일 문 후보자 관련 긴급 대담을 편성해 문제의 교회 강연(70분 중 43분 분량)을 공개했다. 방송 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그동안 욕 엄청 많이 했는데 미안합니다’라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며 “열흘 가까이 문 후보자 비판 기사가 거의 모든 언론에 쏟아진 만큼 전체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인터넷 각종 게시판엔 20일 이후 점차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댓글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4일 “중앙일보의 KBS 공격은 문창극을 지키면서도, 마치 사장 공백기에 공정하지 못한 보도가 쏟아지는 것인양 KBS 구성원에 그릇된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전략”이라며 “전체 교회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도 문 후보자에 대한 시청자의 우려는 계속 됐다. 이는 KBS 보도가 문 후보자의 왜곡된 역사관을 압축적으로 제대로 짚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MBC 대담 역시 그동안의 방송 관행을 보면 비상식적인 측면이 많다”며 “KBS 보도 자율성이 공고히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MBC는 정권 홍보의 선두자 역할과 편향된 시각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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