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0일째인 24일, 이날 오전까지 수습된 희생자는 293명이었다. 11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에 있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현장 소식은 어느새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미디어오늘은 6월 1일부터 23일까지 각 방송사 메인뉴스가 어떻게 세월호를 다뤘는지 분석했다. 유가족과 현장 관련 보도를 중심으로 조사했으며, 이와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는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 뉴스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결과 JTBC가 단연 돋보였다. JTBC ‘뉴스9’과 ‘주말뉴스’는 조사기간 67건을 보도했다. 하루 평균 3건에 달하는 꼭지를 세월호 사고 현장과 유가족 소식에 할애한 것이다. 하루를 뜨겁게 달군 정치·사회 이슈가 있더라도, JTBC는 팽목항 취재 기자와의 영상 연결로 뉴스를 시작했다. 3일 <“찬밥에 단무지”…열악한 잠수사 실태>에서는 민간 잠수사들이 처한 열악한 작업 환경을 고발했고, 5일 세 번째 뉴스 <요셉군 아버지 발견…유가족 지성진 씨>에서는 7살 요셉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 JTBC 24일자 방송
 

11일 인터뷰도 화제였다. JTBC와 인터뷰한 민간잠수사 신동호씨는 “비밀을 엄수하라”는 해경의 각서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인터뷰 반향은 컸다. 해경에 대한 비판도 날카로웠다. JTBC는 13일 <청해진 로비 받고 운항규정 허술>에서 청해진 로비를 받은 해경이 세월호의 엉터리 운항규정을 눈감았다고 비판했고, 이어지는 <민간잠수사, 부상도 해경보다 많았다>에서는 해경이 구조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6일에는 세월호 유족 특별조사위원회가 진도VTS와 제주VTS 관련해 제기한 의문을 연달아 보도했다. 이 밖에도 JTBC는 세월호 진상규명 촛불 집회 소식과 사고 직후 초동대처에 실패한 해경 영상 등을 리포트에 담아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타 방송사와 달리 조사기간 월드컵 관련 소식은 28건에 불과했다.

지상파 3사 가운데 KBS가 37건으로 세월호 관련 소식을 가장 많이 다뤘다. KBS는 지난 14일을 제외하고는 조사기간 동안 세월호 현장소식을 최소 한 꼭지씩 내보냈다. 그러나 JTBC가 현장 수색 소식뿐 아니라 해경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KBS는 <수색 담보 장기화…애타는 가족들>(1일), <선체 절단 마무리…수색 속도 내나?>(6일), <내일부터 대조기인데…수색 ‘제자리’>(12일), <4층 선미 수색 작업 난항…실종자 발견 못해>(18일), <수색 난항, 정밀 수색 이달 말로 연장>(21일) 등의 뉴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현상 수색 보도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 KBS가 개막 이후 13일부터 하루 평균 8개가 넘는 꼭지(93건)를 월드컵에 쏟았던 걸 고려하면, KBS 보도는 전반적으로 부실했다고 할 수 있다.

   
▲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MBC와 SBS는 ‘가물에 콩 나듯’ 세월호 소식을 전했다. JTBC와 KBS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했다. 이들 방송사는 유병언 전 회장 소식은 줄곧 전했지만, 팽목항 현장과 유가족 소식, 무책임으로 일관했던 해경에 대한 비판 등은 외면했다. 조사기간 MBC와 SBS의 세월호 관련 소식은 각 11건, 18건에 불과했다. MBC 보도량은 JTBC의 1/6, KBS의 1/3 수준에 그쳤다.

뉴스 대부분을 채운 것은 월드컵 소식이었다. 월드컵 개막 이후인 13일부터 MBC는 135건, SBS는 119건을 브라질 소식에 쏟았다. 이들 방송사가 월드컵 기간 동안 스포츠 뉴스까지 통합하여 보도했다는 걸 고려한대도, 세월호 뉴스와 비교하면 이는 과한 수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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