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처했다는 사람을 돕기 위해 기꺼이 ‘큰 돈’을 빌려준 아르바이트생들을 탓할 수는 없다. ‘착한 학생’이 돼야 한다는 가르침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왜 이렇게 선의(善意)가 악용되고, 자신은 피해자가 돼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문제의 공익요원은 사기범 치고는 소액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라, 변제만 하면 금방 풀려나 또 다른 사기행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대상이 다시 바로 대학생들이나 힘없는 알바생들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몇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한국학생들은 친구나 또래의 제의에 쉽게 ‘노’라는 말을 못한다. 더구나 상대가 곤경에 빠져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물불을 가리지않고 ‘대책없는 수호천사’가 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물론 조건이 최소한 두 가지 있다. 잘 생겼다. 명문대생이다. 매너가 좋아보인다는 덤이다. 잘 생긴 사람은 ‘착하고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선입관은 착시현상이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도 잘생긴 사람이 하는 말은 반대로 그렇지 않게 생긴 사람에 비해 무슨 말을 하든 설득력이 높다는 통계치가 나와 있다.
여기다 명문대생이라는 ‘한마디’는 쉽게 자신의 얄팍한 주머니를 털게 만든다. 꽃뱀들도 자신을 화려하고 멋지게 치장한다. 사기꾼들의 공통점은 겉모습이 화려하고 믿음직스럽다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하면, 명문대생, 의대생, 법대생, 재벌 2세 등 온갖 장식품들이 꽂힌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획일화 된 가치관이 개인의 판단을 압도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판단을 더 존중하지 않으면 당하게 된다.
동아일보 2014년 6월23일자 13면. | ||
“우리 학부형들이 아이들이 대부분 ‘인서울’ 대학교에 가기를 원합니다. 지방대학교에 가게 되면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방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지방의 한 공영방송사 앵커가 됐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볼 때 우리학교 학생들 상당수가 지방대학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학부형들 사이에서 ‘인서울’ 대학교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명문대에 대한 동경과 과도한 평가는 거꾸로 지방대학교에 대한 폄하와 비하로 이어졌다.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어려운 학생처지에 자기보다 나이도 많아보이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자기주머니를 털 정도면 ‘명문대생’이라는 최면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명문대에 대한 과도한 호감은 우리 사회 전체의 획일화된 가치관 때문이다. 명문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말한마디에 정상적 판단까지 혼란시킬 정도로 괴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인간사회에 사기꾼은 존재한다. 보이스 피싱에 걸린 여대생이 자살하는 일도 흔하다. 알바생의 푼돈도 빼먹겠다는 사기꾼은 앞으로도 줄을 서 있다. 사기의 대상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다. 외모지상주의, 명문대 제일주의는 사기꾼들의 장식품들이다. 정말 돈을 빌려주고 싶다면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라. 지금은 손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세상이다. 그리고 정중하게 ‘노’하는 법을 배워라. 사기꾼은 선의를 베푸는 자를 바보로 만든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인간은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