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강원 고성 동부전선 GOP 소초에서 전역을 앞둔 임모 병장(22)이 총기난사를 일으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언론은 이 병장이 자살과 사고유발 가능성이 높은 ‘A급 관심병사’였다는 사실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사실 발굴보다 자극적 내용만 강조하는 언론 행태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방부에 만연한 기밀주의가 언론의 쏟아지는 추측 보도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2일 다수 언론은 임 병장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A급 관심병사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식 추측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임 병장은 작년 4월 인성검사에선 A급 관심병사(보호관심사병)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11월 검사에선 B급 판정을 받았다. 관심병사는 A, B, C로 분류되며, A급은 특별관심 대상자, B급은 관리대상자, C급은 기본관리대상자에 해당한다. A급 관심병사는 GOP 근무가 불가능하다. B, C급은 근무할 수 있다. 인성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GOP 투입 전에 B급을 받았기 때문에 부적격 대상은 아니었다. 되레 관심사병 등급과 인성검사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날 언론은 인터넷상에서 ‘A급 관심병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무장탈영 임 병장 ‘A급 관심병사’였다… 근무불가 상태에서 어떻게 근무를?>(이뉴스투데이), <총기사고 임모 병장, 한때 ‘A급 관심병사’로 분류>(머니투데이), <총기사고 낸 병사, ‘A급 관심사병’이었다>(경향신문), <22사단 GOP 총기난사 후 탈영 임 병사, ‘관심사병’으로 밝혀져…충격>(중앙일보),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등의 방식으로 제목을 뽑은 것이다. 

임 병장이 작년 4월 인성검사에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것을 강조하며, 사병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관심 사병에 대한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혹은 잇따른 군 부대 총기 사고에 대한 사회적 해법 등을 다룬 기사는 드물었다.

   
휴전선 철책에서 초병이 근무를 하고 있는 장면.
©CBS노컷뉴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언론이 관심병사 문제를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었다”며 “관심병사 문제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군 전체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안전관리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관심사병 문제는 지금처럼 과도한 병력으로 안보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한 근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보수정권 동안 고충 상담 절차, 군 기본권 강령 등이 사라지고, 통제와 규율 중심 방침이 팽배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에 국방부 기밀주의가 한 몫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21일 문제가 일어났을 때, 국방부는 바로 언론에 알렸어야 했다”며 “총기 사건이 일어난 직후 임 병장이 바로 무단 탈영을 했기 때문에, 주변 민간인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의 정보 통제 관행이 팽배하다보니 늘 그랬듯 국방부는 국민 안전보다 기밀주의를 우선했다. 정보가 통제된 상황에서 추측성 보도만 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자초한 국방부에 대해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방부와 출입기자가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도 국방부 문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지적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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