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월드컵 띄우기’로 지탄 받고 있는 지상파 3사가 14일부터 19일까지 저녁 메인뉴스에서 쏟아낸 월드컵 관련 보도는 모두 203건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이 20일 발표한 방송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MBC는 이 기간 동안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SBS는 68건, KBS는 53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종편 채널 JTBC‧TV조선은 같은 기간 9건으로 동일했다. 채널A는 18건, YTN은 13건을 월드컵 소식에 할애했다.

82, ‘월드컵은 MBC’ 입증하는 숫자

MBC는 6일 가운데 4일을 톱뉴스로 월드컵 소식을 전했다. 14일에서 16일까지는 6건에서 7건 정도였으나 한국의 첫 시합이 있던 18일, 18번째 보도까지 월드컵 내용으로 뉴스를 구성했다. MBC는 17일 톱뉴스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2건, 박근혜 대통령 순방 보도 1건을 보도한 뒤 월드컵 관련 뉴스를 17건 보도했다. 19일에도 전교조 판결 소식을 2건 다룬 뒤 14건에 달하는 월드컵 소식으로 뉴스 꼭지를 메웠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월드컵 관련 보도량 (자료 = 민언련)
 

SBS도 한국 경기 당일 톱뉴스부터 19꼭지를 월드컵 소식으로 채웠고 KBS도 17일과 18일 국가대표 소식을 포함한 월드컵 보도에 각각 8건, 10건을 할애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월드컵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민언련은 “이런 차이는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와 아닌 방송사 차이로 보인다”며 “중계권을 사기 위해 지불한 비용을 광고수입으로 채우고자 하는 지상파 3사는 저녁종합뉴스조차 자사 월드컵 중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월드컵 뉴스에 중점을 두다보니 지상파 3사에서 국내 주요 뉴스가 주변화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민언련이 조사한 기간 동안 ‘뜨거운 감자’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였다. JTBC는 이 기간 동안 22건을 문 후보자 뉴스에 할애했다. 채널A도 24건에 달할 만큼 문 후보자 검증에 대한 관심을 쏟았다. TV조선은 19건, YTN은 14건이었다. 반면 지상파 3사는 조사기간 동안 도합 25건에 불과했다. KBS가 9건, MBC와 SBS가 각각 8건이었다.

민언련은 “그중에서도 MBC 보도가 가장 검증에 소홀했다. 주로 문 후보 거취를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 반응을 다루고 있고, 군 특혜 의혹 등 논란에 대해서는 검증보다 문 후보 해명을 싣는 것에 그쳤다”며 “지난 11일 문 후보 교회 강연 동영상을 단독 보도하며 검증을 선도했던 KBS는 월드컵 시작 이후, 타사와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BS, 월드컵 이후 차별성 없어졌다”

민언련이 조사한 기간 동안 박근혜 정부 인사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계속됐고, 특히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차떼기’ 전력은 곧바로 입길에 올랐다. 이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정치 특보로 있으면서 이인제 의원 측에 돈을 건넨 인물로 당시 ‘차떼기 사건’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07년 북풍 공작을 이끈 인물로도 꼽힌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인사 검증 관련 보도 여부 (자료 = 민언련)
 

그러나 지상파 3사는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를 전혀 내놓지 않았다. 반면 YTN, JTBC, TV조선, 채널A 모두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다루었다.

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야를 막론하고 여전했지만 지상파 3사와 YTN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했다는 뉴스도 화제였으나 지상파 뉴스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KBS는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안종범 경제수석 논문 표절 논란을 보도했다. 

한편,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 ‘선주협회’ 연계 의혹 및 대가성 후원금 의혹 논란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 음주운전 전력을 조사기간 보도한 방송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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