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 망언 동영상을 하루 먼저 입수하고도 누락해 파문을 낳은 SBS가 담당 보도책임자 문책에 있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영범 보도본부장은 20일 SBS 기자협회 집행부와의 면담에서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내부 소통 활성화 등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고 기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정승민 정치부장, 성회용 보도국장 등 책임이 있는 간부에 대한 문책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최 본부장은 기자협회가 요구한 △고위공직자 검증을 위한 상설탐사보도팀 구성 △편집회의 투명성 강화 방안 △협회원들과의 상시적인 소통 등을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날 오전 기자협회에 전했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정승민 정치부장과 성회용 보도국장 등 이번 사태가 벌어진 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고위 간부에 대한 문책에 대해서는 사장이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기자들이 전했다.

최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17일 기자협회 집행부가 전달한 현재의 상황과 협회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사장께 보고했다”며 “보도본부 책임자들의 문책 범위와 수위에 대해 사장께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 조만간 사장께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SBS 기자들이 전했다.

   
11일자 SBS ‘나이트라인’ 갈무리. SBS는 KBS가 9시뉴스에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고 난 이후 나이트라인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기자들에 따르면, 그는 성 국장과 관련해 “보도국장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조만간 적절한 방법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장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웅모 SBS 사장의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부장 및 보도국장에 대한 문책 수위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SBS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 10일 문창극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 데스크와 보도국장에 보고한 데 이어 11일 SBS 기자들은 보완 취재를 해 다시 보고했으나 결국 SBS 뉴스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시간 뒤인 KBS <뉴스9>에서 이 내용을 보도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성 국장은 지난 13일 오전 열린 편집회의에서 “교회 강연의 성격, 참석자의 범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폐쇄적인 모임에서 한 얘기는 아닌지 등 배경 확인이 필요했다”며 “동영상이 이미 인터넷에 공개돼 있어 (문 후보자의 발언이)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했지만, 3년 전 발언이었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조금 더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