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을 두고 지상파 3사가 벌이는 시청률 전쟁이 한창이다. MBC와 KBS가 시청률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의 열띤 경쟁에 심기가 불편한 이들이 있다. 바로 K리그 축구팬들이다.

K리그 축구팬들은 지상파 3사에서도 MBC에 가장 비판적이다. MBC가 수년 간 K리그 중계를 등한시하고, 편성을 이유로 생중계 방송을 중단하는 등 자국 축구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그런 MBC가 ‘월드컵은 MBC’ 구호를 앞세워 중계와 예능, 나아가 뉴스에서까지 월드컵에 혈안이 된 모습에 K리그 축구팬들은 끓고 있다.

FC서울 서포터 고경민씨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월드컵이나 자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K리그가 더 주목을 받아야 하는데, 지상파 방송국이 이를 외면하다가 지금은 뉴스에서까지 월드컵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축구팬으로서 씁쓸하다”며 “다른 방송과 비교해 봐도 MBC는 그동안 K리그에 무관심했다. K리그 중계에 가장 인색했고, 생중계 도중 갑자기 중단하는 등 축구팬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이 요청해 프로축구연맹이 19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MBC가 지상파로 K리그를 생중계한 횟수는 단 2번이다. 다만 지난해 국제대회 AFC 챔피언스리그를 한차례 중계한 바 있다. 같은 기간 KBS가 13번, SBS가 11번 중계한 것과 비교하면, 지상파 MBC가 국내 축구 중계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회사 스포츠 전문 채널에선 MBC가 SBS보다 중계 횟수가 적지만 KBS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9일 분석한 K리그 생중계 현황
 
K리그 축구팬들은 방송 횟수뿐 아니라 팬들에 대한 MBC 태도를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MBC는 포항과 전북의 FA컵 결승전이 연장 승부로 이어지자 정규방송 편성을 이유로 중계를 중단했다. MBC는 자회사인 MBC스포츠플러스에서 남은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당시 MBC스포츠플러스는 농구 중계를 하고 있었다. K리그 축구팬들은 연장 후반 경기만 시청할 수 있었다. 연장 전반 황선홍 감독이 퇴장 당하거나 포항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세레모니 등 경기 이후 K리그 팬 사이에서 회자됐던 장면은 결국 이날 방송을 통해 볼 수 없었다.

K리그 한 구단 관계자는 18일 “MBC가 중계를 한다고 해서 전북과 포항은 경기 시작 시간도 30여 분 앞당겼다. 그런데 승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성을 이유로 중단했다”며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으나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사실 축구계에서는 국내 축구를 무시하는 듯한 MBC에 대해 반감이 매우 크며, 축구 중계를 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예정된 K리그 중계가 갑자기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MBC스포츠플러스는 서울과 대전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중계하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취소됐다. 마지막 라운드였기 때문에 시즌 우승팀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K리그를 자주 시청하는 박창욱씨는 “중계 일정을 취소한 것도 모자라 FA컵 결승전도 끊던 MBC가 축구 전문방송인 것처럼 자사를 홍보하는 모습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월드컵만 축구는 아니지 않나. 공영방송이 시청률에만 매몰된 것 같아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MBC가 프로축구연맹에 소송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0년 MBC가 K리그 중계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중계를 하고 축구 하이라이트와 뉴스 등 자사 방송을 통해 무단으로 K리그 경기 화면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연맹은 2010시즌이 끝난 뒤 MBC에 콘텐츠 사용에 대한 대가 지불을 요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반면 KBS와 SBS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각각 연맹과 15억 원 계약을 체결하여 중계권 문제를 해결했다.

   
▲ 황선홍 포항 감독 (사진 = 연합뉴스)
 
이러한 비판에 대해 MBC는 K리그와 월드컵은 별개라는 입장과 국내 축구 저변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사실을 강조했다. 최장원 MBC 정책홍보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K리그 중계에 한정해서 MBC 비판을 하는 것은, 유소년 리그 투자 등 MBC가 한국 축구 저변 확대에 기여했던 것을 외면하는 태도”라고 밝혔다.

MBC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MBC 본·계열사 20억원을 포함해 총 30억 원으로 ‘MBC꿈나무축구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MBC꿈나무축구리그라는 이름으로 12년째 유소년 리그를 개최하고 있다. 이 재단 출신인 이창근 선수가 2013 FIFA 터키 U-20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큰 활약을 하는 등 MBC 유소년 투자는 결실을 맺고 있다.

최 부장은 “K리그 중계만 놓고 본다면 비판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독자적으로 MBC는 봄철과 가을철 각각 꿈나무축구리그 개막전과 결승전 중계를 담당한다”며 “70년대 분데스리가 중계, 90년대 EPL 중계를 통해 해외 축구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킨 것도 MBC였다”고 반박했다.

MBC를 향한 K리그 축구팬들의 비판적인 시선과 별도로, 광고 등 수입 면에서 프로야구에 밀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프로야구와 비추어 봤을 때, 시청자 층이 얇은 데다가 시청률 수치에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MBC를 포함한 방송사들이 쉽게 국내 축구 중계를 외면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K리그 구단 관계자는 “현재 야구와 축구는 수입 구조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인다”며 “야구중계는 한 달 묶음으로도 광고를 팔 수 있을 정도로 광고주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게 현실이며 이는 K리그 각 구단이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고정 K리그 팬을 확보하고 시청률을 높여야 하는 것이 과제인데, 이 역시 TV중계가 이뤄져야 해결될 수 있다는 역설에 빠져 있다”며 “K리그에 대한 MBC 행태는 화가 나지만, K리그를 홍보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각 구단이 항상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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