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로 길환영 KBS 사장이 해임된 이후 KBS가 변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바로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다.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정부 비판과 인사 검증을 자제해왔던 KBS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문 후보자의 일제강점기, 남북 분단에 대한 인식을 KBS는 지난 11일 톱뉴스로 보도했다. 이것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문 후보자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문 후보자의 고소 압박에도 KBS는 매일 문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를 이어갔다.

KBS의 변화는 비단 문 후보자 보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비서진 교체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지자 KBS는 이를 2꼭지로 다루었는데, 이 역시 이전 보도와 확연히 비교된다.

뉴스 뿐 아니라 <추적 60분>에서도 여권 실세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사학비리 조사를 위한 국정감사에서 특정 대학 총장의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KBS 1TV에서 토요일 방송되는 <세계는 지금>에서는 14일 브라질 월드컵의 이면에 브라질 민중들의 고통이 있다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은 길 사장 퇴임 이후 사내 분위기가 다소 변했다고 말한다. KBS보도본부는 지역본부 평기자로 인사발령 된 6명의 보직사퇴 부장을 제외하고 기존 부장들이 역할을 이어가고 있고, 현 보도국장도 길환영 사장이 지난달 19일 임명한 박상현 국장이다. 사실상 길환영-김시곤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지만 이와 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BS의 한 기자는 “파업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프로세스가 바뀐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만 (보도국 간부들이) ‘너희가 취재해서 검증된 것이라면 틀어주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예전처럼 보도를 막거나, (주제를)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여전히 미진한 부분도 있다. 장관·비서진 개각이 이어지고 있는데, KBS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제외하고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등 다른 인사들에 대한 검증보도는 미흡하다. MBC에 비해 양호하긴 하지만 월드컵 뉴스가 상당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비슷하다. 한 KBS 기자는 “파업 복귀 후 뉴스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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