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 이후 공석이 된 KBS 사장 선임절차가 18일 이사회를 시작으로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이사장 이길영) 규정상, 신임사장은 전임사장의 궐위시 한 달 내에 선출해야 한다.

이사회는 일단 18일과 20일, 이사회 회의를 소집했다. 18일에는 한 달여 뒤 사장 선출에 맞춰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20일에는 선임방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환 KBS 야당추천이사는 “19일 KBS 직능단체들이 사장 선임 방식과 관련한 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일에 일정을 잡은 것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오는 얘기를 경청해 그 내용도 같이 논의를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 규정은 이사회가 사장 후보들을 솎아내 과반 찬성으로 청와대에 사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재가하는 방식으로 사장 선임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여당추천이사가 7명으로 4명의 야당추천이사들을 수로 압도하는 KBS이사회 구조 상,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선임되는 사장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현재 KBS 내에서는 다양한 사장 지원희망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이 가운데에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인물도 있다. 처음에 외부인사를 물색하다가 내부인사 쪽으로 방향을 맞췄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KBS 구성원들에 따르면 아직 두드러진 사장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환영 전 사장이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결국 KBS 구성원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이사회에서 해임된 전례를 남긴 상황에서 또 다시 정치적 편향성으로 도마에 오르는 인사가 등장한다면 KBS 내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본부) 권오훈 본부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양대노조의 파업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정 중단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와 같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줄이기 위해 KBS 안팎에서 몇 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KBS본부도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2가지 방안을 내놨는데 하나는 특별다수제, 다른 하나는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제도다. 이를 국회를 통한 방송법 개정안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규정을 바꿔 적용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별다수제는 현 과반수 찬성을 요구하는 이사회 규정을 변경해 2/3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등 사장 선임과 같은 특별한 경우만 다수의 합의를 통해 선임하는 방식이다. 만약 과반을 통해 선출하면 여당추천이사들끼리의 합의만으로 사장 선임이 가능하지만 특별다수제는 야당추천이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추위는 여야추천 이사들이 사장 후보를 내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단체들이 함께 사장 후보 추천에 참여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사회에 부여된 사장 임명제청권의 실질적 권한은 보장하면서 사추위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정치 독립적이고 공정방송을 보장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KBS이사회는 일단 19일 양대 노조가 제시한 방안을 경청하고 20일 선임방식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나, 실제 이를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특별다수제 등은 이미 이전 사장 선임 때부터 내부구성원들이 주장해왔지만 이사회는 이런 요구를 제대로 수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KBS 구성원들의 결속력은 KBS 이사회에도 큰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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