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노조에 해직자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에 대해 전교조가 취소소송에 나섰고, 결과가 19일 법원에서 판가름 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전교조는 1987년 민주화 바람과 함께 만들어진 전국교사협의회 후신이다. 교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정권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1999년에야 비로소 합법 노조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해고를 당했고, 지금 전교조에 포함된 해직자들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전교조는 한국교원총연합회(이하 교총)와 함께 교육계를 양분하는 단체다. 교총이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전교조는 진보적 성향의 단체다. 그런데 정부는 노조에 해직자가 포함돼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교조 옥죄기에 들어갔다. 일각에서 오래전부터 보수진영의 전교조에 대한 공격의 연장선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3명의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법원에 법외 노조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우리 아이들 모두를 보살피려면 어느 한쪽의 지혜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한다”며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면, 교육 현장의 다양성이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자 18일 조선일보·동아일보 등이 일제히 진보교육감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전교조 감싸기”에 나섰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들 언론들은 오래 전부터 전교조만 거론되면 교육을 이념화 시키고 있다며 매우 거센 공세를 펼쳐왔다.

   
▲ 조선일보 6월 18일자. 31면.
 
조선일보는 이날 <친 전교조 교육감들 단체행동에 학무보는 불안하다>는 사설에서 “전교조의 합법성 논란은 전교조가 해직 교사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규정된 교원노조법을 무시하고 해직 교사들을 노조원 혹은 노조 전임자로 뒀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정부가 규약 개정과 해직 교사 탈퇴를 5차례나 요구했지만 전교조가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6·4 지방선거에서 17명의 시·도 교육감 자리 중 진보 계열 후보들이 13명이나 당선됐다”며 “국민들은 이들이 앞으로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킬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마당에 친 전교조 교육감들이 선거 때 전교조 도움을 받은 빚을 갚아야 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노골적으로 전교조를 대변하고 나섰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아울러 “이 시기에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이 국민에게 맨 먼저 보여준 것이 ‘전교조 구하기’ 단체 행동”이라며 “전교조는 전교조대로 무턱대고 버티고 친전교조 교육감 당선자들은 전교조를 대변하는 집단행동을 벌이는 걸 보면서 학부모들은 교육 현장이 앞으로 얼마나 시끄러워질지 벌써부터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사설에는 전교조와 진보교육감에 대한 적개심과 오만함이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교육감들에 대해 “국민이 무슨 평지풍파를 일으킬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고, “학부모들이 불안하다”며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2012년 대법원이 해직자 탈퇴를 요구한 정부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선수 변호사는 18일 한겨레 기고를 통해 “헌법은 분명히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조자유설립주의가 원칙인데 행정관청의 일방적 통보로 6만 조합원의 자주적 단결체가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설립된 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규정한 시행령은 법률에 위임 근거가 없다”며 “해고자의 가입을 ‘노조의 소극적 요건’으로 규정한 노조법 조항은 기업별 단위노조를 강제하던 때의 규정으로 시대착오적”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별 노조인 전교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 같은 노동조합의 성격과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 법외노조를 막기 위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 무슨 평지풍파이고 전교조를 대변하는 집단행동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 동아일보 6월 18일자. 31면.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13인의 좌파 교육감, 첫 집단행동이 ‘전교조 구하기’라니> 사설에서 “지지세력인 전교조가 법외 노조로 밀려날 위기를 맞자 ‘전교조 구하기’에 발벗고 나선 모습”이라며 “일련의 행동은 이들이 향후 전교조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지지를 하면 교육감에 당선이 될 수 있다고 동아일보가 판단했는지는 몰라도, 전교조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의문이라며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동아일보는 “과거 좌파 성향의 교육감이 소속된 교육청에선 시국선언 교사의 처벌을 미루거나 편향인사를 했다”고 근거를 대고 있는데, 시국선언 교사를 처벌한 것이 온당한 일인지 돌아볼 일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은 전교조에 대한 미움과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인한 충격이 합쳐져 만들어낸 조급증의 산물이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이들의 태도, 전교조에 대한 이들의 불만 등을 감안했을 때, 이들 언론이 얼마나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물론 그들이 하려는 교육의 실체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이미 심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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