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개막한 이후 지상파 3사는 브라질 소식 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안정환 어록’, ‘이영표 족집게 예언’ 등 자사 프로그램과 해설진을 띄우는 보도자료까지 연일 배포하며 월드컵에 혈안이 됐다.

그 중에서도 MBC는 KBS, SBS, JTBC와 비교해 볼 때 관련 뉴스에서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한민국 경기가 아직 열리지 않았음에도 지난 14일에서 16일까지 MBC 톱뉴스는 브라질 월드컵으로 채워졌다. 그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개각에 대한 평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한 소식 등은 자취를 감추거나 뉴스 후반부로 밀려났다.

   
▲ MBC <뉴스데스크> 6월 16일자 (사진 = MBC)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6일 톱뉴스로 브라질 ‘쿠이아바’에 입성한 축구 국가대표팀 소식을 전했다. 월드컵 소식은 여섯 번째 뉴스까지 이어졌다. 반면 같은 날 JTBC <뉴스9>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 군 특혜 논란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논문 표절 의혹 △‘LTV·DTI 완화’를 시사한 최경환 경제 부총리 후보자 비판 △세월호 유족 특별조사위원회가 제기한 사고 관련 의문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등 뜨거웠던 정치 이슈를 꼼꼼하게 보도했다. KBS와 SBS 역시 월드컵 소식을 전하기 바빴지만 톱뉴스에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검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MBC는 문 후보자의 망언 발언에 대해서도 그의 해명을 고스란히 전하거나 여‧야 공방으로 축소했다.

MBC는 지난달부터 ‘월드컵 띄우기’를 시도했다. 선거가 한창일 무렵이었던 지난달 29일, MBC는 열네 번째 뉴스 <‘버럭 해설’ 안정환 입담 화제>에서 “2002년 월드컵 때 최고의 스타였던 안정환 MBC 축구해설위원이 ‘버럭 해설’이라는 별칭과 함께 어록까지 낳았다”며 안정환 해설위원을 극찬하기도 했다. 공영방송이 정치‧사회 이슈가 아닌 스포츠 행사에 이처럼 공력을 집중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경기가 열린 것도 아닌데 월드컵 뉴스를 전면 배치해 정치 이슈를 축소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청와대 개각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브라질 월드컵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무척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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