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협회가 ‘문창극 발언 보도 누락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책임자 문책 및 재발방지책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SBS 정치부 기자들은 지난 10일 문창극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 데스크와 보도국장에 보고했고, 11일 SBS 기자들은 보완 취재를 해 다시 보고했으나 결국 SBS 뉴스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간 뒤인 KBS <뉴스9>에서 문 후보의 발언을 단독 보도했다. SBS 기자들 입장에서는 특종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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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 정치부장과 성회용 보도국장 등은 13일 편집회의와 16일 편성위원회에서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판단착오였다’고 밝혔지만 기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BS 기자협회는 16일 저녁 3시간에 걸친 총회를 거쳐 문창극 보도 누락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고, 비대위 활동은 17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 11일자 SBS ‘나이트라인’ 갈무리. SBS는 KBS가 9시뉴스에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고 난 이후 나이트라인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기자총회에 모인 기자들이 보도국장의 누락 경위에 대한 설명을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취재 기자들이 입수한 동영상이 오픈소스이며 따라서 타 매체에서 먼저 보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고했음에도 ‘취재보완’이라는 이유로 보도를 미뤘다는 점이다. 둘째는 단독기사여서 보안이 문제인 경우 과거 큐시트에 제목만 올리고 편집회의에서 논의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사안은 그런 논의과정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SBS 기자협회는 이번 보도 누락 사태가 일회성 사건이 아닌 새로운 보도국장 취임 이후 1년 간 쌓인 문제가 폭발한 사태로 규정하고, 비대위 전환 이후 유사한 사례들을 수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정인 SBS 기자협회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상황을 엄중함을 고려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책에 대해 논의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18일 저녁까지 재발방지책 및 책임자 문책방안에 대한 기수별 의견을 모으고, 18일 회의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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