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5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일제의 강제지배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고,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등 연이은 설화로 구설에 오른 것에 대해, 그는 사과하면서도 “자신의 진의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KBS와 국민TV <뉴스K> 등의 보도로 해당 발언이 알려진 초기 “사과는 무슨 사과”라고 했다. 이어 곧바로 “오해가 생겨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또 다시 관련 보도를 한 언론을 고소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다시 15일 사과한 셈인데, 문 후보자의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15일과 16일 많은 언론들은 문 후보자의 사과에 대해 청문회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비판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보도도 많았다. 해명하는 가운데 말이 바뀐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 2014년 6월 15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는 15일 <뉴스9>에서 문 후보자의 사과 소식을 톱뉴스로 전하며 2번째 리포트로 문 후보자의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KBS는 “문 후보자의 기자회견은 비판적인 여론을 수습하고, 청문회를 치르겠다는 의지”라며 “하지만, 당초 윤치호를 인용했다던 부분에 대해 영국인 비숍을 인용했다고 말을 바꾼데다 여전히 해명하지 않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주요 일간지들도 이 소식을 비판적으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5면 <“본의와 달라…사과” 직접 해명나선 문창극>에서 “문 후보자가 이날 예고 없이 직접 해명하고 나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하루 앞두고 자진 사퇴 없이 인사청문회까지 정면돌파 하겠다는 정권차원의 의지”라고 해석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가했는데 사설 <국가개조 한다더니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예외인가>에서 “사전에 강연과 칼럼을 분석하고 그 파장을 예측하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며 “인적쇄신 취지를 반감시킬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알아내지 못했다면 인사 검증은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여론보다 문 후보자의 해명을 전달하는데 치중한 언론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문 후보자의 해명을 4면 <“저는 세 딸의 아버지…위안부 문제 누구보다 분개”> 제하의 기사로 다루었는데, “해명에 나섰다”거나 야당의 “구차한 변명”이란 입장을 함께 제목에 실은 다른 언론에 비해 제목이 감성적이다.

   
▲ 2014년 6월 15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문 후보자가 중앙일보 출신이기에 중앙일보는 문 후보자의 임명 때부터 문 후보자 입장에서 기사를 써와 논란을 빚었다.

문 후보자의 해명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은 MBC도 마찬가지였다. MBC는 15일 <뉴스데스크>에서 “문 후보자는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로 청문회에 임하겠다는 뜻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물론 야당의 비판도 이어 보도했지만 여당의 입장과 함께 엮어 기계적 균형만 맞췄다. 반면 문 후보자 리포트에서는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라는 평가를 내렸다.

MBC의 더 큰 문제는 언론들이 일제히 문 후보자의 발언을 톱뉴스로 올리며 주목도를 높인데 비해 지난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월드컵 소식을 톱뉴스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KBS나 SBS는 이 소식을 톱뉴스로 배치했지만 같은 날 MBC의 톱뉴스는 브라질 월드컵 하이라이트였다.

MBC는 이어 이탈리아가 잉글랜드 팀을 꺾었다는 소식, 코트디부아르가 일본에 역전승을 거뒀다는 소식, 코스타리카가 우루과이를 꺾었다는 소식을 전한 뒤 한국 대표팀의 훈련 소식과 러시아, 벨기에팀의 훈련소식, ‘무회전 프리킥의 비밀’ 등을 보도한 뒤에야 문창극 후보자의 해명 소식을 다뤘다.

MBC는 그동안 일부 축구팬 사이에서 축구를 외면하면서 월드컵만 되면 호들갑을 떤다는 비판을 받았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씨는 15일 자신의 칼럼에서 “‘월드컵은 MBC’라고 자기들 스스로 외치면서 전혀 부끄러움이 없나”라며 “나는 MBC가 전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런 MBC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월드컵 소식을 뉴스 전면부로 배치하며 다른 국내 뉴스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 문 후보자의 해명에 대한 문제점도 제대로 짚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 중앙일보는 ‘식구’ 챙겨주기 위해 그렇다고 쳐도, 도대체 MBC는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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