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각 방송사들은 연일 브라질 월드컵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하고 있다. 새벽시간 경기 생중계는 물론 뉴스에서도 월드컵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브라질 월드컵 소식을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도 물론 있겠지만 일부 방송뉴스 분량은 지나치게 월드컵에 쏠렸다.

특히 MBC가 이런 경향이 심하다. MBC의 14일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는 월드컵 뉴스 소식을 톱 리포트로 연달아 보도했는데, 이날 방송된 뉴스 리포트 중 월드컵 관련 소식이 아닌 것은 11개, 이 중 문창극 총리후보자 등 사회 현안과 관련된 것은 2개뿐이었다.

이날 MBC의 톱뉴스는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5대1로 꺾은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번째 리포트는 경기 소식을 전한 리포트고 세 번째 리포트는 네덜란드 로번 선수의 활약을 조명한 리포트다. 우리나라의 경기도 아닌데 톱 기사로 연달아 3개의 리포트나 보도한 것이다.

   
▲ 2014년 6월 14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그나마 전날은 브라질 월드컵 개막 소식 전에 정부 개각소식, 문창극 후보자 관련 논란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연달아 타국의 축구 경기 소식을 잇달아 3개 리포트를 내보내고 뒤 이어 멕시코 팀이 카메룬 팀에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 월드컵 오심논란, 대한민국 대표팀의 훈련 소식과 유니폼의 옷감 소재 뉴스를 전한 뒤에야 문창극 후보자의 이름이 나왔다.

월드컵을 제외한 나머지 뉴스는 ‘불법 캠핑장’ 문제, ‘분유 반값경쟁’, ‘팥빙수 한 그릇이 밥 4그릇의 열랑’이라는 소식, ‘다시 찾아온 무더위’, ‘강원도 AI발생’ 등 연성 기사들이 많았다. 문창극 후보자 관련 리포트에선 일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문 후보자가 위안부와 관련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하지 않았다.

SBS도 마찬가지다. 톱 리포트가 네덜란드 대 스페인 대표팀의 축구 경기이고 2개의 리포트가 연달아 방송됐다. 이어서는 멕시코 대 카메룬의 경기 소식이었다. 대한민국 뉴스에 타국의 축구 경기 소식이 톱뉴스로 보도되는 웃지못할 광경이 SBS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이어 문창극 후보자의 ‘셀프 급여’나 세월호 소식을 다루었지만 해수욕장 개장이나 문신제거 급증 등 연성보도도 많았다.

   
▲ 2014년 6월 14일자. 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KBS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월드컵 소식이 많이 보도되기는 했지만 톱 리포트로 타국 축구경기 소식을 전하는 일은 없었다. KBS는 14일 9시 뉴스에서 첫 보도로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사퇴공방을 다뤘다. 이어 유병언 전 회장 수색 소식, 강원도 거위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다룬 뒤 월드컵 보도를 이어갔다.

결국 지금 한국의 방송뉴스는 온통 월드컵뿐이다. MBC와 SBS의 경우 14일 하루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건을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월드컵 경기로 꼽은 셈이다.

현재 세월호 국정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야당 의원들이 아무래도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국민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리게 되므로 세월호 국정조사를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당은 월드컵 기간 중에도 중요한 사안이므로 세월호 국정조사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데, 최근 방송뉴스를 보면 누구의 우려가 더 맞는 것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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