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자신의 과거 발언을 보도한 KBS를 상대로 소송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검증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전에 뛰어들겠다는 것이 사상 초유의 일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후보자의 소송에 대해 대체로 국무총리 후보자를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교회 강의를 보도한 KBS가 진의를 왜곡하고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보도했다며 소송 방침을 밝혔는데,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언론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문창극 후보자의 임명 자체가 언론 통제를 염두에 둔 것이며 문 후보자 역시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BS의 경우 길환영 사장의 퇴임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흐름을 다시 옥죄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KBS PD 출신인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은 “문창극 임명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언론에 대한 강력한 통제일 것”이라며 “정권에 입장에서 KBS가 현재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추론이지만 현재 JTBC가 일정정도 언론보도를 선도하는 측면이 있는데 문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권력의 통제에서 벗어난 JTBC의 논조를 톤다운 시키고 언론지형을 다시 강력하게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문창극 후보자를 꺼내든 이유 아닌가”라고 말했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소송을 하겠다는 것은) 단적으로 어떻게든지 방어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결국 현재 (정권이) 언론을 통제해야겠다는 압박감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각에서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언론인”이라며 “좋게 보면 국민 소통의 의미일테고 나쁘게 보면 미디어를 통제하고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꿩이 궁지에 몰리면 머리만 숨기듯, 미디어만 탓하는 정권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하필 중앙일보에서 차출한 것은 JTBC를 손보겠다는 의도도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별개로 언론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소송 경고를 받은 KBS는 12일 뉴스9에서도 문 후보 검증 보도를 이어갔다. KBS는 문 후보자의 일제 위안부 관련 발언과 6·25전쟁에 대한 발언도 추가 폭로했다.

현재 중앙일보를 제외하고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도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에 대한 압박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최근 개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 평론가는 “(문 후보자로서) 문제는 언론이 통제될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KBS는 추가보도를 하면서 갈 데 까지 가보자고 맞대응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법적조치를 한다고 경고해봐야 언론이 굴복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현상윤 회장은 “결국 정권에 유불리를 가려 자율통제를 하고 있는 언론계의 문제에 대해 SBS에서도 일선 기자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고 KBS의 경우 기존의 강고한 통제가 일정부분 정도는 무력화 된 상황에서 KBS의 이번 보도에 대해 큰 반향이 일고 있다”며 “결국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면 정권이 언론통제를 하려고 해도 과거처럼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중요한 것은 언론인들의 자기 각성”이라며 “책임을 다한다는 언론인들의 기본적인 사명과 인식이 언론통제의 틀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그런 움직임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해줄 때 일선 언론인과 국민의 연대가 단단해져 과거처럼 정권이 쉽게 보도통제를 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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