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망언 등에 대해 JTBC와 중앙일보가 정반대의 보도태도를 나타내 주목되고 있다.

JTBC는 ‘뉴스9’에서 12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에 7건의 뉴스 리포트를 할애해 청와대 영남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까지 집중 해부하는 보도를 했다.

집요하게 파헤친 손석희 JTBC

JTBC는 이날 두 번째 뉴스 <‘역사 발언’ 후폭풍…“오해 소지 유감”>부터 <“6·25는 미국 붙잡기 위해 주신 것”>, <역사학자가 본 ‘문창극 과거사 발언’>, <야권, 문창극 후보 지명철회 요구>, <여당 안에서도 ‘자진사퇴’ 목소리>, <청와대 곤혹…“여론 지켜보고 있다”>, <지명 하루 만에 논란…인사검증 난맥>, <수석 4명 교체…‘민정’은 TK 일색>까지 청와대 인사 문제를 해부했다.

전날 KBS ‘뉴스9’과 국민TV ‘뉴스K’가 단독으로 내보낸 문창극 ‘망언’ 발언, 이에 대한 정치권 입장, 윤경로 친일 인명사전 편찬위원장 인터뷰, 청와대 인사 난맥상과 특정 지역으로 편중된 박근혜 정부 등을 보도로 묶어 냈다.

   
▲ JTBC ‘12일자’ 보도 (사진 = JTBC )
 

특히 JTBC는 <지명 하루 만에 논란…인사검증 난맥>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는 국정기획, 민정, 정무, 홍보 수석이 참여하며 공직비서관을 비롯한 10여 명의 공직기강팀 실무진들이 후보자 검증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인물 추천과 검증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참여는 거의 없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나치게 보안을 강조하다보니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잇단 인사 참사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 ‘망언’에만 집중하기보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비판한 것이다. 다른 방송사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KBS ‘뉴스9’도 이날 첫 뉴스였던 <문창극 “위안부 문제, 日 사과 불필요” 파문>을 시작으로 <“6·25는 미국 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 <“오해 생겨 유감”…여 당혹·야 철회 촉구>, <청와대 수석 4명 교체…김기춘은 유임>까지 연달아 인사 쟁점을 짚었다. 그러나 청와대 인사시스템 문제를 거시적으로 분석한리포트는 없었다.

조선‧동아도 비판…중앙, 문창극 ‘방패’ 자처

JTBC가 문창극 검증에 열을 올린 것과 달리 중앙일보는 빗장을 걸어 잠그기 바빴다. 중앙일보는 13일자 4면 <“한국 굽이굽이 시련 받았지만… 지금 기회의 나라 됐다”>라는 제하 기사에서 문 후보자의 2011년 교회 특강을 요약하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시련과 도전 △조선의 엘리트 △남북 분단 △경제 개발 △“한국은 기회의 나라” 등으로 주제를 구분해, 문 후보자의 관련 발언을 요약했다. 기사의 내용은 망언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 강연 녹취를 정리한 수준에 불과했으나 제목은 문 후보자의 주장을 철저히 대변하는 표현을 썼다(<"한국 굽이굽이 시련 받았지만 지금 기회의 나라 됐다">).

   
▲ 13일자 중앙일보 4면
 

이와 달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문 후보자를 적극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3일 2면 <문창극 “사과는 무슨”→“유감”→“소송하겠다”> 제하 기사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12일 자신의 과거 교회 강연 등에서 했던 발언과 관련,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대응 태도를 보였다”며 문 후보의 역사 관련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文 후보자도, 청와대도 설명할 책임 피할 수 없다>에서 “문 후보자의 발언들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 운영에 대한 총괄책임을 지게 될 총리 후보자의 소신·역사관·민족관과 직접 관련된 문제”라며 “총리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역사나 종교·이념 문제 등에 대해 그간 무슨 주장을 펴 왔는지는 검증 단계에서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필수적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더 각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4면 <“日에 위안부 보상요구는 떼쓰는 꼴”…국민정서와 차이>에서 “본보 특별취재팀이 250여 편의 칼럼을 모두 들여다봤다”며 “일부 칼럼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될 표현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나라 위신을 지켜라’, ‘독도에서 미국을 본다’, ‘기가 꺽인 나라’, ‘과거의 덫’ 등 문 후보 과거 칼럼을 분석하며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일본의 책임을 묻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들은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작 자율성 보장 중요성 보여주는 사례”

JTBC와 중앙일보의 다른 행보는 손석희 사장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손 사장이 자기 주관대로 뉴스를 제작하고 보도하기에 다른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보도가 나온다는 분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중앙미디어그룹 내에서 JTBC 보도국은 특수한 것 같다. 마치 치외법권처럼, 전권을 받은 손석희 교수으로 인해 중앙미디어그룹 압력이나 입김이 JTBC 보도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중요한 것은 언론사 오너가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보도 공정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라며 “편집과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면 좋은 방송, 좋은 신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정치권력이 어떻게든 언론인을 요직에 앉히려는 게, 그만큼 한국 언론이 경영과 제작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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