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망언’에 대해 YTN이 문 후보자 망언 리포트를 빼고 그의 해명을 새벽 톱뉴스로 내보낸 것으로 확인돼 반발을 사고 있다.

KBS와 국민TV가 11일 오후 문 후보자의 온누리교회 강연 내용을 보도한 뒤, 다수 언론은 이를 일제히 기사화하며 일제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YTN 야근 기자들도 정치부 담당 기자와 조율을 거쳐 화면과 녹취를 확보했고, 단신과 리포트를 제작했다.

야근 기자들은 새벽 3시 톱뉴스로 <문창극 “일제 지배·남북 분단은 하나님 뜻”>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와 단신을 처리했고, 이어 정치부 담당 기자가 <문창극, “시련 극복한 민족저력 강조한 것”>이라는 문 후보자 해명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YTN의 새벽 3시 뉴스는 첫 번째 뉴스 대신 두 번째 뉴스 <문창극, “시련 극복한 민족저력 강조한 것”>을 톱뉴스로 내보냈다. 이 뉴스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일제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리 민족을 비하한 발언과 관련해, 시련을 극복한 우리 민족의 저력을 주제로 한 강의였으며 그 과정을 통해 오늘날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문 후보자는 또 지난 2011년 교회에서의 강연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란 특수성이 있고 강연의 특정 부분만 부각돼 전체 강연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리포트 승인을 담당한 보도국 야근 데스크는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리포트 제작 사실을 사전에 고지했지만, 담당 PD는 기존의 기사 순서대로 방송하지 않았다. YTN 내부 기자들은 평소 리포트 제작 여부와 방송 가능 상태를 먼저 묻고 챙기는 편집팀 업무 방식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기사 처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그램 담당 PD(부국장 대우)가 “뉴스 아이템 진행순서 작성을 마칠 때까지 리포트가 승인되지 않아서 리포트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단신이 너무 많으면 앵커가 힘들어 할 것 같아 해명 기사 첫 문장에 (문 후보) 발언 내용을 보강해 하나로 합쳤을 뿐, 해명만 부각시킬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을 했다고 언론노조 YTN 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YTN공추위·위원장 임장혁)는 12일 밝혔다.

오전 3시 이후 YTN 보도에서도 문 후보자 발언은 후순위로 밀렸다. YTN은 유병언 관련 보도를 뉴스 앞부분에 배치됐고, 7시 뉴스에서나 문 후보자의 ‘망언’ 발언을 톱뉴스로 전했다. 유병언과 금수원 보도가 ‘문 후보 망언 발언 논란’, ‘밀양 송전탑 농성장 강제집행’ 같은 중요 뉴스를 덮고 있는 형국이다.

YTN공추위는 12일 성명을 내어 “KBS가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주목도를 다시 높이는 사이 YTN은 ‘청와대 홍보수석들을 배출하는 친정권 방송’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며 “취재진이 30명도 안 되는 신생 매체 뉴스K가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대한 특종 보도를 하는 사이, 뉴스전문채널 YTN은 그 보도에 대한 해명 기사가 톱뉴스를 차지했다. 자괴감이 크다”고 밝혔다.

임장혁 YTN 공추위원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철저하게 청와대에 유리한 방송만 하고 있다”며 “윤두현 YTN 전 보도국장이 청와대 신임 홍보수석으로 발탁되는 등 YTN은 정권 보위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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