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전 문화부 2차관 등이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홍상표 전 YTN상무를 홍보수석으로 발탁하는 등 언론계 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윤 대변인은 1981년 코리아타임스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KBS와 세계일보를 거쳤다. 이후 보수 논객으로서, 지난 대선 당시 편향적 정치 평론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도 언론인 출신이다. 민경욱 현 청와대 대변인도 KBS에서 바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그야말로 ‘폴리널리스트’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제 ‘총리’라는 요직까지 언론계 인사가 차지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점인데 종편에서 활약했던 윤창중 전 대변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목소리가 좋다’하던 민경욱 현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조는 현재 전면에 등장한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볼 수 있다. 문창극 후보자가 중앙일보 시절 쓴 칼럼들은 여러 차례 ‘친여성향’을 드러냈고, 윤두현 수석은 YTN 보도국장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등 여권에 불리한 리포트를 불방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는 아예 11일자 보도에 문 후보자를 ‘보수 논객’으로 표현했다.
이런 점에서 문 후보자의 경우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 외에 화합형 인사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본인 스스로 “책임총리 처음 들어본다”고 했으니, 박근혜 정부의 개각기조와 부합하는 인사라고도 볼 수 없다. ‘청문회 통과용’이라는 설이 많지만, ‘왜 하필 언론인이냐’는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했던 모습의 사진. ⓒ연합뉴스 | ||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10일 국민TV 라디오 <이용마의 한국정치>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잘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좋게 얘기하면 언론을 더 장악해서 정부 입장을 더 잘 알려야겠다는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언론을 좀 더 몰아붙여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윤창중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1호 인사였다”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윤 대변인의 국가관과 애국심을 눈여겨봤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창극 후보자 지명은 인사청문회 통과에 방점을 찍었다지만 굳이 언론인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윤창중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결국 현 정부가 집권 2기를 준비하면서 국민에 대한 여론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박 대통령이 최근 인사기준으로 ‘국민 눈높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는 국민의 눈높이를 자신들의 수준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은 ‘국민 눈높이’를 개혁하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지점은 전면적인 언론장악을 하지 않더라도 언론인의 총리 기용이 언론인들에게 ‘자발적 충성’을 유도하는 방편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들에게 ‘이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준다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문창극 후보자 뿐 아니라, 지금은 언론인이 정치권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며 “그런 시스템이 작동된다는 것은 언론인이 정치권에 줄을 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일보의 문창극 보도처럼 언론인이 비판대상인 정부로 가는게 오히려 영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햇다.
최 교수는 “앞으로 정치를 하기 위해 언론인이 되겠다는 사람도 많아지고 언론인이 된 사람들은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나”라며 “한 언론사에서 정권으로 가면 그 언론사의 비판기조도 약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영일 평론가는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에 주목하며 “JTBC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고 말했다.